신임 박용성(朴庸誠)서장의 취임식이 열린 5일 오전10시, 인천 중부경찰서 4층 강당은 조용하다 못해 팽팽한 긴장감마저 느껴졌다. 100여명의 직원은 시선을 정면에다 두고 있을 뿐 너나 할 것 없이 표정이 굳어있었다.관내 기관장 등 외부인사의 참석도 없이, 그 흔한 화 분하나 놓여지지 않은채 치러진 이날 취임식에서 직위해제된 박윤주(朴玧洲)총경의 후임으로 바통을 이어받은 박서장은 『여러가지로 괴로울 것이지만 기본적 임무수행에 흔들림이 없어야한다』는 주문으로 취임사의 첫머리를 열었다.
직원들이 줄줄이 수뢰혐의로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는데다 「복마전」이라는 비난의 한가운데에 서있는 경찰서를 떠맡은 책임자로서 당연한 일성이었다.
박서장은 특히 『이 순간 해야할 일을 못한다면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키게 된다』며 『나는 나침반을 보고 방향을 가리키고 북을 치며 독려할테니 여러분은 열심히 노를 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서장은 또 최대 당부사항이라며 『허위보고를 절대로 하지 말라』며 『문책을 염려해 사안 자체를 감추고 거짓보고를 하게 되면 문제해결 시기를 놓칠 뿐 아니라 공직자로서 도덕성 문제가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박서장은 『악명의 인천 중부경찰서를 선한 일로 유명한 관서로 바꾸기 위해 서로 힘을 합치자』라는 말로 10분 가까이 계속된 취임사를 마무리했다. 취임식이 끝난뒤 자리를 털고 일어서는 직원들은 강당을 벗어나서도 여전히 긴장을 풀지 않은채 총총히 각자의 사무실로 향했다.
하지만 취임식이 끝난뒤 한 직원이 털어놓은 소회는 이들이 가슴속에 담아둔 또다른 생각을 드러냈다. 『솔직히 재수없어서 우리서(署)가 걸렸다고 생각합니다. 전체 경찰을 대표해 우리서가 「불행한 취임식」을 한 셈이죠』
이동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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