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태어나서 진짜 골프선수는 처음 봐요. 저도 세리언니처럼 예쁘고 훌륭한 선수가 될거예요』. 5일 낮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성플라자 1층 로비에는 고사리같은 손으로 자신의 키만한 골프채를 휘두르는 소년소녀들로 붐볐다. 국내 처음으로 고아원생들로 구성된 유소년골프단 「계룡학사」(원장 유창학) 학생들이 이날 세계적인 프로골퍼 박세리(22·아스트라)로부터 1일 레슨을 받은 것. 진행은 이들을 음양으로 돕고 있는 개그맨 김종석씨가 맡았다.충남 논산시 연산면 화학리에 자리잡은 고아원 「계룡학사」가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아이들을 위해 골프단을 만든 것은 7월. 가수 민해경(본명 백미경)의 친오빠이자 평소 친분이 있던 회사원 백성기(47)씨가 찾아와 『제발 골프부를 만들어달라』고 통사정했다.
프로골퍼를 꿈꿨던 자신의 딸 세라(당시 18세)가 92년 새벽 연습길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많은 아이들에게 골프를 가르치고 싶다』고 생각해온 백씨였다. 그래서 6~16세 원생 15명으로 골프단을 만들고 경력 20년의 프로골퍼 김광수(34)씨를 무료초빙, 지금까지 4개월째 꾸려오고 있다.
물론 연습장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고 골프채와 공도 빌려왔지만 아이들의 꿈은 원대하다. 박안나(16·연산중3)양은 『세리언니를 직접 만나본 만큼 앞으로 더욱 신중히, 그리고 자신감있게 골프연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의 스윙동작을 유심히 지켜본 박세리도 『생각보다 스윙폼이 매우 좋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처음부터 쉬운 일은 없으니까 자신감을 갖고 연습하다 보면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라고 다독였다.
박세리는 이날 레슨을 마친 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99페이지넷선수권대회(11-14일)에 출전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 202편으로 미국 LA로 떠났다.
김관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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