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P카페는 경찰과 구청, 세무서에 상납하는 돈이 연간 400여만원에 달한다. 구청과 파출소에 때마다 20만-30만원씩 떡값을 주지 않으면 당장 단속을 당할게 뻔하다.주인 K씨는 『보험차원에서 가끔씩 구청이나 경찰서 직원을 초청해 VIP로 모신다』며 『세무서에서 불시점검이 나오면 50만-100만원, 소방서에도 수만-수십만원씩 성의표시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서울 K단란주점 종업원 L씨. 『상납않고 어떻게 장사를 합니까. 미성년자를 접대부로 고용해 걸렸는데 무마하는데 1,000만원 이상 들었어요.
약발이 떨어지기 전에 알아서 바치는 게 현명해요』 파출소나 경찰서 형사과와 방범과, 구청위생과 등 챙겨야 할 곳이 4-5군데가 넘는다. 『주인은 경찰이나 구청직원과 「형님·동생」하며 지내요』
업주와 경찰·공무원간의 상납고리는 관행을 넘어서 업계의 불문율(不文律)이 됐다. 업주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돈을 건네고 경찰과 공무원은 당연하게 뇌물을 받는 공생관계다.
■단속봐주는 대가 노래방이나 단란주점 오락실 등은 경찰·공무원의 「짭짤한」 출입처다. 서울 청량리일대 노래방 업주들은 『단속정보를 흘리고 뒤를 봐주겠다며 파출소와 형사·수사과 직원들이 번갈아 가며 수십만원씩 뜯어 갔다』며 『지금까지 70차례 이상, 액수도 1,300만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대전 동구의 한 오락실업주는 『매일 단속이 뜨고 괴롭혀 200만원을 줬더니 1년동안 단속 한번 안나왔다』고 말했다. 2년간 파출소 직원에게 5,000여만원을 뜯겼다는 서울 모유흥주점 업주는 『공짜술에 아가씨는 애교이고 명절 등 때마다 수십만원씩 줬다』고 털어놨다.
경남에서는 경찰서 수사과장이 단속을 미끼로 오락실업주로부터 직접 1,000만원 뜯어가 물의를 빚기도 했다.
■불법영업 묵인
윤락행위나 퇴폐영업도 경찰의 비호없이는 불가능하다. 97년이후 「윤락가와의 전쟁」이 선포돼 대대적 단속이 이뤄진 천호동 윤락가.
그러나 올 5월 강동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단속에서 빼주겠다』며 윤락업소로부터 수백만원을 받아온 사실이 들통나면서 「앞에서는 전쟁, 뒤로는 밀월관계」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영등포의 모호텔사우나 종업원은 『퇴폐영업을 봐주는 대가로 3년간 1,600만원을 갖다 바쳤다』고 실토했다.
■찬조금도 뜯어내
야유회나 회식 등을 명목으로 업소에서 「찬조금」을 거두는 경우도 허다하다. 서초구 양재동의 한 상점업주는 『파출소 직원들이 때만 되면 야유회를 간다고 관내 업소를 돌며 3만-4만원씩 돈을 받아갔다』며 『괜히 안낸다고 뻗대다가는 무슨 불똥이 떨어질 지 모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이 업주나 민원인으로부터 받은 뇌물은 동료들과 분배하거나 상관에게 재상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올 6월 무면허운전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50여만원을 받았다가 정직처분을 당한 김모경장은 『받은 돈의 대부분은 소속파출소 및 교통과 직원 등에게 4만-5만원씩 나눠주었다』고 밝혔다.
전남지역 C서장은 부하직원에게 수백만원을 상납받다 꼬리가 잡혔고 울산의 K과장은 매년 휴가비 명목으로 부하들로부터 32차례에 걸쳐 수백만원을 상납받았다.
■조직적 유착의혹
유흥업소 협회와 경찰·공무원이 조직적으로 유착했다는 의혹도 있다. 광주 A단란주점 J씨는 『단란주점 협회에 회비 등 40여만원을 내니 경찰과 구청의 단속정보를 수시로 알려줬다』며 『회비는 일종의 보험료』라고 말했다.
올 3-6월중 뇌물수수로 적발된 일선 공무원은 1·4분기에 비해 31%나 늘었다. 올 8월까지 300만원이상 뇌물을 받은 경찰관 수도 지난해 동기대비 12%나 증가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대다수 경찰은 박봉속에서도 묵묵히 일하지만 일부 대민부서에서 금품수수 및 상납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감찰활동 강화를 통해 비리행위자를 엄중문책하겠다고 밝혔다.
/염영남 기자 /안경호 기자 / 배성규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