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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건사태 이쯤서 정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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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건사태 이쯤서 정리를

입력
1999.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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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대책」문건 파문이 갈데 까지 간 양상이다. 야당은 부산을 시발로 장외투쟁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여당은 여당대로 파상공세를 늦추지 않은채 단독국회 불사를 외치고 있다. 여야가 방향타 없이 그저 온힘을 기울여 앞으로만 내달리는 형국이다. 그 끝은 어딘인가. 여야의 공멸이다.여야는 냉정한 시각으로 지금의 상황을 바라 볼 필요가 있다. 무책임한 설(說)을 근거로 서로 상대의 상처를 헤집으며 일희일비 하는 것외에 여야가 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바람에 검찰의 수사착수에도 불구하고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더욱 복잡하게 꼬여만 간다. 의혹은 커지고 국민의 정치불신은 가중되고 있다.

문건파문이 얼마나 엉뚱하게 흘러 가는지 서경원씨의 이름을 다시 신문에서 보게 된다. 서경원씨등은 「공안검사 정형근에게 짓밟힌 민주화 운동가들의 모임」을 결성했다는데, 정의원은 그렇다 치고 서씨가 민주화 운동가였다는데 대해 고개를 젓는 사람은 아직 많다.

국민들은 이쯤에서 문건파문이 정리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아무런 전환의 계기 없이 문건파문이 정리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국정조사에 관해 여야가 타협을 이끌어 내는 일이다. 그러나 정작 국정조사에 합의한 여야는 터무니 없는 조건들을 내세워 국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명칭, 증인채택, 시한등에서 여야는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상대가 수용불가능한 조건을 내놓고 있다. 가령 명칭에서 야당은 「김대중정권 언론장악 음모 진상조사를 위한 국정조사」로, 여당은 「정형근의원 매수공작 진상조사를 위한 국정조사」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지나친 요구다. 여야는 우선 요구조건을 상식에 맞게 하향평준화 시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더불어 야당은 장외투쟁을 계속할 것인가를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한다. 한나라당의 정국대처 방식이 과거의 야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3김정치 청산을 주장하면서 3김씨가 하던 것을 그대로 답습한다는 비판도 듣는다. 3김씨는 과거 고비 고비마다 지역정서를 배경으로 대규모 군중대회를 열고 정국의 긴장을 유발시켰다. 이회창총재가 부산을 찾은 것이 3김씨의 이런 정국운영 방식과 과연 차이가 없는 것인지 궁금하다.

여당은 이 사건을 풀어 나가는데 있어 여권 프리미엄을 가지려 하지 말아야 한다.「정보의 독점」이란 수단을 통해 여론을 이끌려는 유혹을 버리라는 뜻이다.

문건파문의 소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부끄러운 언론인」이 오늘의 정치풍토 조성에 일조하고 있다는 것을 안 것만 해도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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