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뇌사상태에 빠진 자식이나 부모의 장기를 제공하는 사람들을 본다. 한낱 미담쯤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한번쯤 장기를 제공한 사람들의 절절하고 가슴 아픈 입장을 생각해 보았을까?SBS가 14일 오후 8시 50분부터 3시간 동안 창사특집으로 방송할 「아들아 너는 아느냐」(김수현 극본, 곽영범 연출)는 장기이식 문제를 장기증여자의 가족을 중심으로 인간애 측면에서 다룬 드라마.
10월 15일 SBS 사옥 9층에서 가진 대본 연습. 이경영, 박순천, 강부자를 비롯한 출연진은 대본을 읽으며 눈물을 훔쳤다. 드라마 내용이 애달프고 안타까워서. 작가 김수현의 이전 드라마와는 다르다.
버스기사 이경영과 순대장사 박순천 부부, 그리고 할머니(강부자)는 궁핍하지만 착한 열살짜리 아들이 생의 희망과 행복이다. 아들이, 손자가 커가는 모습을 보며 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살아간다. 그런데 아들이 인도에 뛰어든 택시에 치여 뇌사상태에 빠진다. 슬픔과 분노에 빠진 가족에게 의사는 아들의 장기로 꺼져가는 다른 생명을 살리자고 제안한다. 『내 아들이 죽는데 다른 사람 목숨이 나랑 무슨 상관이에요』 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하던 가족. 그 가족이 『부모 슬프게 하면서 사느니 차라리 죽고 싶다』 는 소녀를 본다. 그리고 갈등한다. 『누구 뭐 주기 좋아하던 놈. 뱃속까지 남주고 떠나려고 왔었나』 라며 가족은 마침내 장기 제공에 찬성한다.
이 드라마에서도 김수현의 장기인 대사의 묘미가 유감없이 발휘된다. 상황에 맞는 정확한 대사, 그리고 사람들의 감정을 폭발시키는 감성적인 언어들이 드라마 전편에 흐른다. 물론 사회구조적인 측면과 제도적인 부분에서 갖는 장기이식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다루지는 않았다. 하지만 장기이식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부각시킨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언젠가는 주치의가 나의 뇌기능이 정지했다고 단정할 때가 올 것입니다. 그 때 나의 침상을 죽은 자의 것으로 만들지 말고 산 자의 것으로 만들어 주십시오…나의 심장을 끝없는 고통으로 신음하는 사람에게 주십시오…나의 뇌세포를 도려내어 듣지 못하는 소녀가 그녀의 창문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를 듣게 하여주십시오…』 극 마지막을 장식하는 로버트 테스트의 시처럼 이 드라마를 보면서 시청자들은 한번쯤 장기기증 문제에 대해 진중하게 생각할 것이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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