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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부드러운 남자 강한 여자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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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부드러운 남자 강한 여자가 뜬다

입력
1999.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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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나랑 한번 잘래?』 (KBS 2TV 「광끼」)『야 임마, 그러면 안되는 거야, 자식!』 (SBS 「카이스트」)

책상에 벌렁 누어 코를 골며 잔다. 같은 과 남학생들에게 주먹질을 해댄다. 남자화장실에서 거리낌 없이 볼 일을 본다. 일 못하는 부하 직원에게 거침없이 욕을 한다. 요즘 인기가 치솟고 있는 「터프 걸」 추자현의 캐릭터다.

『죽지마, 내가 끝까지 지켜줄께』(SBS 「해피 투게더」)

『너에게 모든 걸 해줄께. 사랑한다면 결혼은 문제가 되지 않아』(MBC 「사랑해 당신을」)

사랑하는 여자가 아프자 엉엉 운다.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와 결혼한 뒤에도 곁에 남아 밥먹는 것, 공부하는 것 챙겨주느라 바쁘다. 인기절정의 귀엽고 부드러운 남자, 차태현이다.

★ 부드러운 남자, 강한 여자

최근 대중문화계에서 남성과 여성의 고정관념과 이미지가 뒤바뀌고 있다. 남자는 강인함 대신 부드러움과 자상함이, 여성은 청순가련형보다는 보이쉬(boyish)하고 더 나아가 터프함이 매력으로 그려지고 있다.

시청자들이나 일반인들도 사나이답기보다는 섬세하고 다정다감한 남자를, 순종적이고 희생적이기보다는 할 말 다하고 활동적인 여성상을 좋아하고 요구한다. 그리고 그런 이미지의 연예인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남자에게 먼저 사랑을 고백하고 데이트를 이끄는 선머슴 같은 MBC 「점프」의 채림, 그리고 중성적 이미지로 의리를 중시하고 서늘한 폭력성까지 보여주는 KBS 「학교1, 2」의 배두나와 김민희,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SBS 「맛을 보여드립니다」의 강성연, 그리고 강력한 폭발성으로 무대를 휘어잡는 여성 로커 서문탁과 보이쉬한 이미지의 김현정.

반대 그림도 다가온다. 새로운 사랑을 만나 동요하는 연인을 가슴아파하면서도 따스함으로 지켜주는 KBS 「초대」의 이창훈, 제자를 아내로 맞아 달콤하고 감미롭게 대해주는 감우성, 귀여운 외모와 달콤한 목소리로 모성애를 자극하는 정상의 가수 조성모.

★스타 이미지의 변화, 그 배경은?

90년대 중반까지 이정재 스타일과 심은하의 캐릭터는 남성성과 여성성을 표상하는 스타의 이미지였다. 「모래시계」의 이정재는 과묵함과 강인함, 의리 그 자체였다. 「마지막 승부」의 심은하는 청순함과 헌신, 부드러움 등 여성성의 미덕을 드러냈다.

그런데 왜 이같은 스타 이미지는 더 이상 대중에게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일까? 이미지는 실체의 그림자다. 남녀 경계선이 무너지는 스타 이미지는 무엇을 의미하나?

드라마작가 송지나씨와 문화비평가 김용호씨는 거시적 분석을 한다. 송씨는 『그동안 모든 분야에서 차별을 받았던 여성들이 사회활동을 하면서 스스로를 자신감있게 드러내는 욕구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씨는 『남녀의 차등권력 시대에서 동등권력의 시대로 전환하면서 나타나는 유니섹스 문화의 영향이다』고 설명했다.

사회구조의 변화와 정보화시대의 도래가 빚은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드웨어가 중시되던 산업사회에선 남성의 강한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지만 소프트웨어가 중요한 정보화시대에선 부드러움과 섬세함 그리고 감성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성의 감성지수는 높아지고 여성은 잠재한 감성을 적극적 형태로 발현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미시적 분석을 제시하는 사람도 있다. KBS 최상식 드라마국장의 설명.『오랫동안 범람했던 멜로드라마 속의 정형적인 남성상과 여성상에 대해 시청자들이 식상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개성을 좋아한다』

★ 참된 이미지를 위하여

그러나 이같은 남녀 이미지의 전도는 왜곡되고 과장된 측면도 강하다. 한 캐릭터가 성공하니 뒤이어 유행을 타는 식의 경향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남성 여성의 이분법적 이미지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본질을 드러내는 이미지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목표가 아닐까』 송지나씨의 지적이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대중문화속 남성상 변화

[남성상변화] 근육질-성취욕서 시대고민등 복합이미지로

1999/11/04(목) 16:53

강력한 마초(macho·남성다움)는 오랫동안 남자 스타들이 갖춰야 할 덕목이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다양한 남성상이 표출됐지만, 탄탄한 근육질과 강인한 생명력의 터프함으로 남성다움을 드러내는 스타들은 시청자와 관객을 사로잡았다.

봉건제 분위기가 팽배하고 전쟁영화 붐을 이뤘던 50, 60년대 초반에는 가부장적 권위로 무장하거나 전장(戰場)에서 전우애를 드러내는 연기자들이 남자 스타로 부상했다. 영화 「마부」의 김승원 ,「돌아오지 않는 해병」의 장동휘 김진규 등이 대표적.

고도성장과 부정부패로 얼룩졌던 60~70년대에는 깡패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의 본격 등장 시기. 액션과 의리를 내세운 연기자들이 관심을 끌었다. 영화 「맨발의 청춘」의 신성일, 드라마 「꽃피는 팔도강산」의 황해, 박노식 등이 스타로 부상했다.

성개방의 물결이 일기 시작하고 소비문화가 싹트기 시작한 70~80년대에는 호스티스물 영화와 성취욕을 그려나가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근육질과 야망은 남성을 상징하는 이미지였다. 이대근, 김추련, 신일룡이 인기대열에 올랐다. 안방에선 70% 이상의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MBC 「사랑과 야망」의 이덕화가 성취욕의 화신으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고도성장이 멈추고 사회가 다원화한 90년대에는 더 이상 「의리의 돌쇠형」이나 「근육질형」 남자는 남성성을 대변하지 못했다.

「여명의 눈동자」의 최재성, 「모래시계」 의 최민수 이정재, 「아스팔트 사나이」의 이병헌, 「용의 눈물」의 유동근, 「비트」의 정우성 등이 90년대의 남성성을 보여주는 연기자들. 이들은 때로는 터프하면서도 부드럽고, 시대 상황이나 사랑 등에 고민하는 복합적인 감정을 남성적 카리스마에 실었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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