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벤처 창업 열풍이 불고 있다. 맨손으로 창업해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20,30대 사장들의 성공담이 더이상 낯설지 않게 됐다. 때마침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쏟아지고 있어 창업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질 전망이다. 정보통신부에서 지원하는 대학 벤처지원센터에서 성공신화를 일구고 있는 3명의 젊은이들을 만나 창업동기와 미래에 대한 꿈을 들어봤다.㈜한국공간정보통신 김인현사장
인터넷 도시관리 프로그램 개발업체 ㈜한국공간정보통신의 김인현(32)사장은 「준비된」 사업가라 할만하다. GIS(지리정보시스템) 도시공학 등을 두루 섭렵한데다 연구소에서도 일했고 비록 실패했지만 창업 경험도 있다. 6년여간 대학 연구실에서 쌓은 탄탄한 기술력을 토대로 창업에 나선 것도 남다르다.
회사의 모태가 된 한양대 환경대학원 GIS구실은 지하매설물 3차원 시각화시스템 개발로 꽤 이름이 알려진 곳. 그 덕에 한국공간정보통신은 올해 벌써 3억6,000여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사장은 1일 창업 첫 돌을 계기로 PR대행사를 선정하고 투자유치에 나서는 등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그동안 기술력만 믿고 오만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주식회사답게 앞으로는 회사홍보나 타 기업과의 제휴, 투자유치에 적극 나설 작정입니다』
지방자치단체 등의 GIS구축 프로젝트 수주에 머물렀던 사업 분야도 다각화해
자체개발한 각종 프로그램을 패키지로도 판매하고, GIS와 전자상거래를 접목해 지도에 나타난 백화점 상가 등을 클릭하면 바로 해당 쇼핑몰로 들어갈 수 있는 포털사이트도 개설할 계획이다. 그는 『인터넷 사업이라고 사이버 세계에서만 머물러서는 안된다』며 『건축 토목 교통 등 멤버들의 다양한 전공을 살려 실세계에 기반한 가상세계 구축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예비창업자 후배들에게 창업노하우를 전수하는 일에도 열심인 그는 창업동아리등에서 모의훈련을 충분히 거친 뒤 창업하라고 충고한다. 『100개 벤처기업중 10곳도 살아남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죠. 사전에 아이디어와 기반기술의 시장성을 철저히 검증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입니다』
인터넷만화방송국 「애니비에스」 한정선국장
지금은 어엿한 인터넷기업 대표이지만 청주대 국문학과 재학시절 한정선(27)국장은 동화작가를 꿈꿨다. 웹 디자인을 공부한 것도 멋진 아동문학 홈페이지를 만들어보려는 소박한 생각에서였다. 그러다 창업경진대회에 출전한 친구들을 도와주면서 「사업」에 눈을 떠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고 창업에 나섰다.
『동화보다는 만화가 대중성이 있겠다 싶었죠. 마침 디자인 공부하며 알게된 만화작가 지망생들이 많아 그들에게 「등단」할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자본금 2,000만원으로 인터넷방송국을 설립, 5개월여의 준비끝에 4월 개국한 국내 최초의 인터넷 만화방송국 「애니비에스」(www.anibs.co.kr)는 애니메이션뿐아니라 재능있는 아마추어 만화작가들의 작품을 엄선해 소개한다는 참신한 아이템으로 개국 초기부터 폭발적 관심을 모았다. 일반 만화에도 효과음을 넣고 자동넘김 기능을 갖춰 애니메이션과 같은 생동감을 느끼게 했다. 만화계뉴스 시청자참여코너 채팅방 쇼핑몰 등도 마련했다. 현재 하루 방문자수는 1만여명. 이밖에 각종 캐릭터 제작·판매로 쏠쏠한 부수입도 올리고 있다.
『디자이너들이 모여 내용은 자신있었지만 기술과 자본이 딸려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기술 부분은 전산학박사인 친언니의 도움을 받아 어느 정도 해결했고, 현재 벤처캐피탈을 통해 투자유치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장은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확실한 아이템만 있다면 일단 덤벼볼 것을 권한다. 그는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지만 실전에 부딪치면서 더 많은 것을 빨리 배울 수 있다』면서 『서로 잘 알고 믿을 수 있는 이들로 창업멤버를 짜고 폭넓게 인맥을 쌓는 등 사람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인터넷폰 개발업체 「일레자인」 장도호대표
PC독립형 인터넷폰 개발업체 일레자인은 서울대 창업동아리 출신 공대 92학번 동기생들이 모여 설립했다. 아직 법인등록을 하지 않았고 사무실 분위기도 연구실 복사판이어서인지 나이가 많아 「얼굴마담」을 맡게 된 장도호(28)씨는 사장이라는 호칭에 펄쩍 뛰며 『대표 정도로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대학 재학중 다른 벤처기업의 창업멤버로 참여했던 그는 올 4월 뒤늦게 팀에 합류했다. 앞서 모인 동기생들이 여러 아이템들을 놓고 사업성을 검토한 끝에 인터넷폰 개발로 가닥을 잡은 것이 이 무렵이었다.
기존 인터넷폰이 PC에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쓰는 반면, 일레자인이 개발중인 제품은 별도의 다기능단말기로, 음성은 물론 데이터, 동영상 전송이 가능하고 일반 전화선뿐아니라 초고속 인터넷망에도 연결해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 마이크로 프로세서, 운영체제(OS), 네트워크 기술 등 핵심기술을 모두 자체개발했으며, 곧 시제품을 내놓고 내년 1월 제품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공대생들은 자칫 기술에 대한 맹신에 빠지기 쉽습니다.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한 기술은 의미가 없죠. PC독립형 인터넷폰은 사업 전망이 매우 밝은 분야로, 장래 일반전화기를 모두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그는 시제품 발표와 함께 미뤄왔던 법인등록도 하고 투자유치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경영과 마케팅 능력, 경험을 갖춘 외부인사를 정식 「대표」로 모셔올 계획도 갖고 있다. 관련분야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 벤처창업 지원에도 나설 작정인 그는 『벤처는 스스로와의 싸움입니다. 창업에 앞서 치밀한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고 조언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벤처창업에 성공하려면
벤처기업은 높은 위험이 따르는 분야인만큼 먼저 치밀한 전략을 세운 뒤 창업에 나서야 한다. 벤처창업 컨설팅사 인터벤처㈜ 유효상사장의 도움을 얻어 젊은이들이 특히 간과하기 쉬운 문제점들을 짚어본다.
아이템 선정 우수한 기술력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갖췄으니 창업은 곧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금물. 의외로 기술개발에서 시작한 창업에서 기술력은 뛰어나도 시장 진입에 실패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기술에 대한 맹신을 버리고, 시장의 흐름을 파악해 시장 요구하는 아이템을 찾아내야 한다.
조직 구성 현재 창업자의 대부분은 이공계열 전공자들로, 마케팅 법률 회계 등 분야에는 약할 수 밖에 없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을 최대치를 생각해 이를 넘어서는 부분은 적극 아웃소싱해야 한다. 또 팀원중 경영마인드를 갖추고 조직을 이끌어갈 수 있는 「리더」로 적합한 인물이 없다면 하루빨리 외부인사 영입에 나서야 한다. 소수로 출발하는 만큼 중도탈락자가 생길 경우 타격을 입을 수 있으므로 리더는 팀워크를 다지는데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자금 조달 창업초기에는 친지나 해당 분야를 잘 아는 엔젤투자가의 도움을 얻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문투자가는 원하는 조건의 투자를 받기도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창업자금을 신청하는 것도 사업계획에 대한 평가를 받아본다는 점에서 좋은 방법. 초기에는 융자는 되도록 피한다.
마케팅 전략 독보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를 따냈떠라도 실제 상품이 돼 시장에 팔리려면 마케팅이 동반돼야 한다. 제품에 맞는 마케팅전략을 세우고 시기적절하게 순발력과 판단력을 발휘해야 한다.
사업계획서 작성 투자유치의 성공 여부는 사업계획서를 얼마나 충실히 작성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술적인 측면만을 강조할 경우 실패할 확률이 높다. 기술은 특히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간략하게 설명하고, 70%이상을 사업의 실현가능성과 마케팅 전략에 할애해야 한다. 또 코스닥등록 등 투자회수 전략을 제시하는 것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전문투자가들은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태도도 매우 중요하게 평가한다. 근거없는 수치를 인용해 사업전망을 부풀릴 경우 투자가들을 오히려 흥미를 잃게 된다. 시각, 청각적 보조수단을 적절히 활용하되, 비디오 상영을 5분이상 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질문을 받았을 때는 질문의 의도를 정확히 짚어 간단명료하게 답하고, 어려운 전문용어 사용은 피한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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