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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음악] 일본인 밴드 '곱창전골' 한국어 데뷔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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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음악] 일본인 밴드 '곱창전골' 한국어 데뷔앨범

입력
1999.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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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음식을 좋아하던 한 일본 청년이 95년 한국 음식이나 실컷 먹어 보자는 생각으로 한국을 찾았다.우연히 들른 종로의 한 레코드 상점에서 LP 5장을 구입했다. 산울림 신중현 활주로 이정선 트윈폴리오. 잘도 골랐다.

일본으로 돌아간 그는 음악을 듣고 깜짝 놀랐다. 한국에 이런 한국적 록이 존재한다니.『영혼을 송두리채 빼앗긴 순간』이었다고 술회한 그는 『어떻게 지내느냐』는 질문에 『죽지 못해 살아요』라고 한국어로 답할 정도로 한국사람이 됐다.

「곱창전골」이라는 묘한 이름의 록 밴드를 이끌고 있는 사토 유키에(34·기타, 보컬). 먹어 본 한국 음식 중에 가장 인상이 깊었던 음식에서 그룹 이름을 땄다.

그가 스가와라 켄(베이스), 노나카 다카시(드럼), 라세가와 요오헤이(리드기타) 3명의 멤버들과 팀을 이뤄 95년 결성한 곱창전골이 도레미레코드와 전속계약을 맺고 한국어로 데뷔앨범을 냈다.

처음엔 신중현 카피밴드로 우리나라에 이름이 알려졌지만 이번 앨범 「안녕하시므니까」는 70년대를 관통하는 한국 록의 태동기로 시계태엽을 되돌린 느낌이 강할 만큼 한국적이다.

신중현의 곡인 「아름다운 강산」 「미인」 「안개를 헤치고」, 「산울림」 김창훈의 곡인 「그대는 이미 나」, 배철수의 노래로 알려진 「처음부터 사랑했네」(나원주 작사·작곡), 이태원 작사 정성조 작곡의 「사랑해요 당신을」등 기존의 노래 6곡에, 서필훈의 곡인 「하나 둘 셋」 「정보 정키」 신곡 두 곡을 담았다.

「아름다운 강산」은 신중현의 허탈한 보컬의 맛을 살리지 못했지만 나머지 곡들은 새로운 해석이 신선하다.

정직하리만치, 혹은 촌스럽다고 느껴질 만큼 순수한 록 반주에 얹은 사토의 노래. 우리는 폐기한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이방인의 가상한 노력으로 치기엔 음악적 매력이 듬뿍하다.

멜로디와 비트가 살아있으면서도 서정성을 간직한 우리의 70년대 록은 99년 한국 음악에 미친 한 일본밴드의 손에서 또 다시 꽃을 피우고 있다. 호기심으로서가 아니라 우리의 추억으로서, 음반은 매력이 있다. 록밴드답게 앞으로 크고 작은 라이브 공연을 많이 가질 계획이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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