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쯧쯧, 애국시민 좋아하시네. 한나라당이 또 아쉬우니까 저런 소릴하며 부산사람들을 모으는 게지』4일 오후 2시 부산역 광장에서 열린 「김대중정권 언론자유말살 규탄대회」를 지켜보던 한 택시기사는 이렇게 말하며 혀를 찼다.
이날 행사에 앞서 한나라당은 3일 하오 이회창(李會昌)총재를 비롯해 지역 원내외 지구당위원장과 부산시의원 등을 총동원, 시내중심가를 돌며 가두홍보에 나섰다. 언론광고는 물론 홍보차량까지 동원해 『애국시민의 뜨거운 동참을 원한다』는 가두방송까지 한 터였다.
부산역광장을 메운 인파를 놓고 주최측은 10만명이라고 주장했으나 경찰측은 구체적인 집회인원 산정방법까지 제시하며 7,000-8,000명으로 추산했다.
대회분위기도 그리 뜨겁지 않자 주최측은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듯 개회 서두에 『김대중정부의 「언론 길들이기 음모」를 직접 주민들에게 알리고 문건을 폭로한 정형근(鄭亨根)의원을 돕기 위해 부산시지부차원에서 기획했으나 파문이 계속 확산돼 당차원 행사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주최측은 대회시작부터 삼성차문제, 한일어협문제 등 지역정서와 관련된 이슈들을 집중 거론하더니 인천화재 참사, 맹물 전투기 추락사건, 불법 도·감청 문제등 현정권의 실정을 거침없이 나열하며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그러나 먼발치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 식당 주인은 『언론대책 문건과 부산이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한나라당은 툭하면 부산에서 집회를 여는데 그 이유를 모르겠어요』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옆에 서 있던 한 시민도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3김」청산을 외치며 표를 모았던 이회창 총재가 그들의 정치스타일을 답습해 가고 있다』면서 『민생법안 처리등 할일이 산적해 있다던데 국회를 팽개치고 이렇게 길거리로 나오면 어떻게하나』라고 거들었다.
/부산=목상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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