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을 훔쳤는데 경찰에 쫓기고 있다. 어차피 잡힐 몸. 그러나 보석만은 빼앗길 수 없다. 잘 숨겨두었다. 2년의 수감생활은 아무것도 아니다. 나가면 아기 주먹만한 다이아몬드가 기다리고 있으니. 그런데 아뿔싸. 보석을 숨겨둔 건물의 현관에 이런 큰 글씨가 써있다. 「To Protect and to serve LAPD(지켜드리고 봉사하겠습니다 LA경찰국)」영화 「경찰서를 털어라」는 240억원 상당의 보석을 찾기 위해 경찰서에 잠입한 도둑이 얼떨결에 형사반장이 돼 범죄를 소탕한다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내용. 그러나 이런 황당함과 세심함이 어우러져 영화는 시간때우기에 좋은 완성도 높은 오락 영화가 됐다.
「흑인 마이클 마이어스」라고 하면 딱 알맞을 주연배우 마틴 로렌스는 경쾌한 도둑 마일즈 로건 역을 적절하게 해냈다. 대사는 기지가 넘친다. 「너 은행가라고 했잖아」(옛 애인) 「내가 언제? 은행털이라고 했지」(로건). 이런 식의 대사가 이어진다. 은행 금고를 여는 첫 장면은 외과 수술을 방불케 하는 치밀한 구도. 과장된 얼굴 표정과 몸짓, 치밀한 계산에서 나온 것처럼 보인다.
「자리만 바꾸면 누가 경찰인지, 피의자인지 알 수 없다」는 발상은 사실 「투캅스」에서도 보여 주었던 대목이다. 도둑의 심리적 동선을 꾀고 있는 로건과 고지식한 백인 파트너 칼슨이 만들어내는 부조화 같은 콤비, 그리고 점점 영웅이 되어가는 마일즈와 그를 동경하는 칼슨. 한 때 동료였던 범죄자를 구타하는 마일즈를 보며 상관은 말한다. 『저건 FBI식 무술임에 틀림없어. 경찰학교에선 저런 거 안 가르쳐』.
만화같은 스토리, 그리고 잘 짜인 액션은 스릴과 반전을 거듭하는 시나리오와 재치있는 대사로 지루하지 않다. 영화는 웃음 외엔 아무 것도 남기지 않아 영화사적으로는 아무 의미없지만 오락영화 팬이라면 섭섭하지 않을 영화이다. 감독은 「플러버」 「34번가의 기적」을 만든 레스 메이필드. 6일 개봉. 오락성★★★☆ 작품성★★☆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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