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은 3일 국민회의 이종찬(李鍾贊)부총재의 국정원 문서 반출에 대해 『별도의 조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상적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는 했으나 일단 면죄부를 준 것이다.이는 국정원이 이부총재의 문건반출을 둘러싼 사태확산 방지 및 조기진화쪽으로 가닥을 잡았음을 의미한다. 전날 문건반출의 실정법 위반 여부에 대한 법률검토까지 벌이면서 뭔가 일을 낼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국정원측이 이날 이부총재의 최상주(崔相宙)보좌관을 제3의 장소로 전격 소환, 조사를 벌인 것도 조기매듭을 위한 마무리 수순이었다. 국정원측은 이부총재에 대해서도 전화로 진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직접 조사의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다.
국정원은 이부총재의 문건 반출이 국정원의 승인을 받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반출문건이 「국가기밀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별도의 「(법적) 조치」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정원측의 이같은 결론은 우선 반출문건이나 절취당한 문건중에 정치적으로 폭발력 있는 문건은 없다는 나름대로의 확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측은 『반출 문건은 총풍·북풍 및 국회529호 사건 등 이부총재 본인이 국정원장 재직 시절 직접 관련됐던 재판계류중 사항과 일반 정보자료로 국가기밀사항이 아니다』고 밝혔다. 국정원측은 또 보안업무규정을 어긴 데 대해서도 『이부총재가 퇴임때 보안점검을 지시했으나 보좌진이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말해 이부총재에 대한 「보호막」을 쳤다.
국정원측의 방향 선회에 대해서는 이부총재 문건반출 문제가 확대될 경우 여권 국정운영부담 언론대책문건 관련 본질 희석 전직 국정원장에 대한 예우 및 국정원의 명예실추 등을 초래할 것을 우려한 흔적이 엿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결론이 야권의 공세 및 일반인들의 의혹 어린 시선을 불식시킬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부총재가 반출한 문건의 전모에 대해 현재로선 이부총재측과 국정원밖에 아는 사람이 없다. 검찰의 수사 손길이 미치기 전에 문건을 전격 회수했고 국정원만이 이 문건들을 검토했기 때문에 은폐 시비를 부를 여지가 있다.
또 반출문건 중에 총선대비 자료 및 디스켓, 정치인 및 언론인 관련자료 등 정치적으로 악용할 소지가 있는 문건이 포함돼 있었는 지에 대해서도 더 이상 확인할 길이 없다. 때문에 국정원의 「문제없음」결론에 대한 정치적 판단 개입여부가 정치권의 논란거리로 떠오를 수도
있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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