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가 달러당 104엔대의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98 회계년도의 마지막 달인 3월의 평균 환율이 달러당 120엔 수준이었던데 비하면 14% 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일본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높아 기업은 엔고에 흔들리기 쉽다. 엔화가 달러당 1엔 오르면 도요타의 순익이 100억엔 준다는 추산이 대표적인 예이다.그러나 최근의 엔고를 두고 아직까지 기업으로부터 비명소리는 들려오지않는다. 지난달 잇달아 발표된 기업의 중간결산에서도 기업의 수익감소는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덕분에 닛케이(日經) 평균주가는 1만7,000-1만8,000엔의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일본 기업의 엔고 저항력이 커졌다는 얘기다. 85년 9월의 「플라자 합의」에서 달러고 시정이 표명된 이래 밀려든 수차례의 엔고 격랑을 헤치면서 기업이 나름대로 「면역 체계」를 갖추었기때문이다.
새한을 매수, 한국에 진출한 도레(東レ)는 93년 「수입 방압(防壓)제도」를 도입했다. 제품별로 수입품의 가격 경쟁력이 국내 생산품보다 우위에 서는 환율을 산출, 경쟁력이 없는 제품은 포기하거나 해외 생산으로 돌리는 식이다. 그 결과 달러당 1엔의 변동이 수년전에는 4억엔의 수익감소로 이어졌으나 지금은 1억5,000만엔에 그치고 있다.
해외생산이 늘어나면서 제조업의 경우 수출기업의 해외 현지법인 매출액은 96년이후 수출액을 넘어섰다. 해외생산의 확대가 국내 산업의 공동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역수입의 증가로 무역불균형이 축소되면 그만큼 엔고의 압력이 낮아지고 결과적으로 산업 공동화를 늦출 수 있다.
환리스크를 피하는, 보다 적극적인 방법도 이용되고 있다. 소니가 7월에 신설한 「파이낸셜 커미티」(재무위원회)는 일찌감치 엔고의 도래를 예견, 통화 옵션 등을 통해 환리스크를 회피했다. 2000년 1-3월에 소요할 엔화의 90%를 미리 확보해둘 정도로 노력한 결과 9월 중간결산에서는 200억엔의 환차익까지 따로 챙길 수 있었다.
물론 엔고가 현재 수준 이상으로 지속될 경우 장기적인 차원에서 일본 경제에 미칠 충격은 적지않다. 연구소마다 차이는 있지만 10%의 엔고가 연간 총생산(GDP)을 0.3% 끌어내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민간 기업의 엔고 저항력을 어떻게 국민경제 전체로 끌어올리느냐가 일본 경제의 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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