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뒤덮는 하얀 날개짓, 새들의 화려한 군무가 시작됐다.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는 해마다 우리나라를 찾는 귀중한 손님인 겨울 철새를 맞는 시기이다. 열대와 한대의 가교인 한반도는 세계적으로 드물게 많은 철새가 머물거나 지나가는 곳. 드넓은 평야나 습지를 중심으로 아름다운 새들의 세계가 펼쳐진다.
새로운 세기를 맞는 올 겨울, 그 비상(飛翔)의 날개짓은 의미있는 추억이 될 듯하다. 기러기나 청둥오리등 일반적인 철새는 물론, 희귀한 새들까지 발견할 수 있는 철새의 명소를 소개한다.
■서산 천수만
충남 서산군과 홍성군 사이의 8㎞를 둑으로 막으면서 망망대해같은 논과 습지가 생겼다. 당연히 철새에게는 천혜의 보금자리. 황새, 흑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검은머리물떼새등 세계적인 희귀조들이 종종 발견되곤 한다. 대종을 이루는 철새는 기러기,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바다오리, 논병아리류.
오리 중에서 가장 작고 아름답다는 가창오리는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벌이는 군무가 일품이다. 가창오리는 경남 창원의 주남저수지에서 매년 2,000여마리가 발견돼왔는데 서산 천수만이 생기면서 주거지가 늘어난 셈이다.
서산 천수만은 조류 사진을 찍는데 최적의 장소이다. 넓고 인적이 없는 농로에서 사방을 돌아보며 새들의 생활을 관찰할 수 있다. 예산-덕산-서부면을 거쳐 안면도쪽으로 가다보면 큰 수문을 사이에 두고 바다와 맞닿은 대규모 농장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일대가 철새도래지.
■철원 비무장지대
6·25이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비무장지대는 자연스럽게 야생 조수의 천국이 됐다. 155마일 비무장지대에서 가장 넓은 철원평야는 벼농사를 짓는 곳이기 때문에 떨어진 이삭을 먹기 위해 철새들이 많이 찾는다. 토교저수지등 인근의 담수도 새들에게 좋은 서식환경을 제공한다.
소란스럽게 하늘을 떠다니는 기러기가 철원평야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철새. 기러기는 경계심이 많기 때문에 사람의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이 곳이 최상의 서식지이다. 이맘때부터 내년 2월까지는 천연기념물 제202호인 두루미(학)를 관찰할 수 있다.
두루미떼를 만나면 절대 흥분해서는 안된다. 태어나면서부터 조류연구가나 사진작가에게 쫓기는 두루미는 사람을 본능적으로 피한다. 무조건 가만히 있으면서 두루미가 안정하기를 기다렸다가 관찰한다.
비무장지대에 들어가려면 일주일전에 소속단체장 명의로 공문(수신 국방부장관, 참조 정보본부장 또는 육군공보실)을 보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식당이 없으니 도시락을 필참할 것.
■낙동강 하구 을숙도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큰 철새 도래지. 하구언건설과 갈대밭의 무분별한 매립으로 생태계가 커다란 변화를 겪고 있지만 여전히 이름값을 하는 곳이다. 낙동강의 퇴적물이 한데 모여 새들의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이 곳의 새들은 99%가 물새류. 오리, 도요새, 물떼새, 가마우지, 백로류등이 주종을 이루고 독수리, 흰꼬리수리등도 간혹 발견할 수 있다. 낙동강 하구는 넓은 지역이기 때문에 빠짐없이 본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짧은 시간에 많은 새를 보려면 현지 안내인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배를 타야하는데 배 대여료는 오전9시부터 오후4시까지 10만원 내외이다. 남해고속도로 창원IC에서 빠져 2번국도를 타고 하구언 하단 어촌계에 도착하면 현지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창원 주남저수지
경남 창원시 동면에 조성된 100만평 규모의 인공저수지. 마산, 창원, 진해시 일대의 농·공업용수를 위해 만들어졌는데 80년대 후반부터 새로운 철새도래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을숙도의 환경이 악화하면서 많은 철새들이 주거지를 이곳으로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종류는 큰기러기와 쇠기러기. 많게는 2,000여마리가 한꺼번에 날아오르기도 하는데 탄성이 절로 나온다. 백조로 잘 알려진 큰고니의 젊잖은 유영, 가창오리의 곡예비행등은 사진작가들이 애타게 찾았던 바로 그 광경이다.
주남저수지의 장점은 까다로운 절차나 교통의 불편없이 바로 승용차로 찾아갈 수 있다는 점.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아 일출과 일몰등 아름다운 배경 속에서 새를 구경할 수 있다. 남해고속도로 진영IC에서 나와 30번 지방도로를 타면 쉽게 주남저수지에 닿을 수 있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탐조여행] 쌍안경.조류도감등 준비… 원색옷 피해야
새를 구경하는데 특별한 준비물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보다 효율적으로 새를 관찰하려면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새는 사람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피할 뿐이다. 멀리 머물고 있는 새를 보다 자세히 보려면 쌍안경이나 망원경이 필요하다. 쌍안경은 배율이 7-9배인 것이 적당하다. 고배율(10배 이상)은 무겁고 시야가 좁아 오히려 불편하고 심지어 어지럽기까지 하다.
망원경은 새와의 거리가 먼 호수나 바다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삼각대까지 합치면 꽤 무겁기 때문에 쌍안경으로 경험을 쌓은 후 ‘꼭 필요하다’ 싶을 때 마련한다. 배율이 20-25배 정도가 최적이고 줌렌즈는 피하는 것이 좋다.
조류도감은 새에 대한 흥미와 지식을 넓히는 데 도움을 준다. 사진이 선명하고 설명이 풍부한 것으로 집에서 보는 탁상용과 가지고 다닐 수 있는 휴대용 두 가지를 준비한다.
복장은 계절에 맞춰 준비한다. 기본 조건은 몸을 숨길 수 있는 색깔. 눈에 잘 띄는 원색 계통은 새의 경계심을 사 모처럼의 일정을 망치기 일쑤이다. 두 손이 편하려면 배낭을 메야 하는데 배낭의 색깔도 역시 눈에 잘 띄지 않는 것으로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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