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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대회] 소년원출신 10대 '등불패' 최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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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대회] 소년원출신 10대 '등불패' 최고상

입력
1999.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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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과거는 어두웠지만 이제 어려운 이들을 돕는 사회의 등불같은 소리꾼이 되겠습니다』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전국 중·고생자원봉사대회에서 자원봉사왕을 차지한 대구 「등불의 집」풍물놀이단 「등불패」.

소년원 복역이라는 어두운 과거를 씻고 풍물소리 봉사를 통해 어엿한 사회인으로 다시 태어난 장한 10대들이다. 이들은 전국의 소년원과 고아원, 교도소, 양로원등을 돌며 풍물공연을 펼치는 「밑바닥 소리꾼」으로 유명하다.

단원은 대구공고에 재학중인 박영진(18)군과 중학생 이재규(15), 정요섭(14)군 등 7명. 한달에 10차례, 1년이면 100여회나 자선공연을 벌일 정도로 이들의 활동은 열성적이다.

그러나 이들의 과거는 격렬한 풍물소리만큼이나 파란만장했다. 고아나 다름없는 박군은 초등학교 6학년때 남의 물건을 훔치다 소년원에 들어갔다.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마저 가출, 거지나 다름없는 생활을 했습니다. 풍물에 심취하기 전까지 세상에 대한 증오밖에 없었어요』 부모없이 자라나 몇년전 소년원에서 복역한 이군과 정군도 사정은 비슷했다.

의탁할 곳없는 이들을 거둔 사람은 「등불의 집」 김진태(金鎭泰·46)원장. 87년 소년원 퇴소아동을 위한 보금자리를 마련한 김씨는 야간업소에서 악사로 일해 번 돈을 모두 아이들에게 쏟아 부었다.

하지만 이들의 정서를 순화하기 위해 95년 5월부터 시작한 풍물패 교육은 쉽지 않았다. 박군은 『풍물은 해서 뭐하느냐』며 27차례나 가출을 했고 동생들도 걸핏하면 반항했다. 그러나 96년4월 소년원에서 가진 첫 자선공연 이후 아이들의 태도는 바뀌었다.

『나보다 더 불쌍하고 어려운 아이들이 우리 풍물소리를 듣고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고 「이것이 내 길이다. 불행한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소리꾼이 되자」고 결심했어요』 말썽장이 박군은 풍물에 심취했고 동생들도 박군을 따랐다.

밤새 북과 징, 장구를 치다 지쳐 쓰러진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이군은 『지역행사에 나가 번 돈으로 소년원에 빵과 음료수도 갖다 주었다』며 『우리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힘든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등불패는 지난해 전국 신라국악대전에서 최우수상을, 지난달 27일 세계 사물놀이 한마당에서는 버금상(2등)을 수상할 정도로 실력도 인정받았다.

박군은 『풍물봉사를 통해 진태삼촌(김원장을 부르는 호칭)과 세상사람들에게 진 빚을 갚고 싶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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