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결국 링 밖으로 나간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여권이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고 하는 바람에 정상적인 국정조사가 이뤄지기 어렵게 됐다』며 『국정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차후 의사일정을 재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이총재는 또 『언론사에 대한 직접 압박과 사주(社主) 구속은 통치권 차원의 결단없이는 이뤄지기 힘든 일』이라며 『이같은 언론장악 음모의 실체를 호도하려는 정부·여당의 책략을 널리 알리고 사건의 본체를 밝히기 위해선 국민에 직접 호소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기국회 보이콧과 그에 이은 원외투쟁의 의지를 분명히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우선 4일 부산집회에 이총재 등 당지도부가 대거 참석키로 최종방침을 정했다. 부산집회는 정형근(鄭亨根)의원이 문건을 폭로했던 사건 초기에 이미 개최방침이 서있긴 했으나, 문건제보자의 정체가 밝혀지는 등 사건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부산시지부 차원의 행사로 축소됐었다. 그러나 이총재가 총력투쟁 쪽으로 대여공세의 가닥을 잡으면서 대규모 규탄대회를 치르기로 계획을 수정한 것.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 지도부는 강온(强溫) 양기류에 끼어 적잖은 고심을 했다.
이와 관련, 1일 오후의 의원총회 분위기는 처음부터 장외투쟁쪽이었다. 『의사일정을 완전 보이콧하고 사활을 건 무한투쟁을 벌어야 한다』는 게 대다수 의원들의 주장. 하지만 고문단과 원로중진의원들이 참석한 긴급 대책회의에선 『우리 요구가 수용되지 않는다고 해서 바로 밖으로 뛰쳐나가면 상대방에게 빌미만 주는 꼴이 된다』는 의견이 우세해 의사일정 보이콧과 장외투쟁 결정을 일단 유보했다. 그러나 이총재는 여기서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이게 되면 중선거구제 통과기도 등 여권의 향후 역공세를 제대로 막아낼 수 없다고 판단, 무퇴(無退)의 전략을 택했다. 장외투쟁 결정은 이번 사태가 한나라당에 결코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지않음을 역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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