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안이한 대응으로 고문기술자 이근안(李根安)씨에게 재산상의 징벌을 가할 기회를 놓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서울고검은 2일 김근태(金槿泰)씨 고문에 연루된 경관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고문의 핵심인물인 이씨가 피고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국가는 9월28일 이씨로부터 고문을 당한 김씨와 물고문으로 사망한 박종철(朴鍾哲)씨 사건수사에 가담했던 경찰관 13명을 상대로 2억9,890여만원의 구상금 청구소송을 서울지법에 냈었다.
그러나 국가소송 수행자인 서울고검은 당시 『이씨가 장기간 도피 중이어서 소재파악이 안된다』며 김씨 사건에 연루된 5명의 경관 중 이씨를 제외하고 소송을 냈다.
국가의 구상금 청구는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했을때 국가가 이를 배상하고 이후에 공무원에게 금전적 책임을 묻도록 규정한 국가배상법에 따른 것이다.
이와관련, 법원 관계자는 이씨를 상대로 한 구상권시효가 지난달 7일로 끝나 소제기가 불가능하며 고문 피해자들이 이씨 개인에게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는 일도 「불법행위를 안 날로부터 3년」이라는 민법상의 소멸시효 때문에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사자의 소재가 불분명해도 소제기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므로 이씨가 김씨 고문의 주역이라는 점에서 국가가 소송을 제기, 이씨 재산에 대한 가압류를 통해 구상금을 확보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고문가해자들에 대한 형·민사상 시효폐지를 두고 94년 헌법소원까지 냈던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남규선(南奎先)총무는 『고문 등 비인도적 범죄에 대해선 독일 등의 사례에서 보듯 특별법 제정으로 시효자체를 없애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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