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강자가 없어졌다. 한해를 마감한 올 시즌 국내 여자프로골프의 새로운 양상이다. 지난달 31일 끝난 99롯데컵 제13회 한국여자오픈선수권까지 올해 치러진 대회는 모두 13개. 이중 재미동포 펄신(32·랭스필드)이 우승한 바이코리아여자오픈을 제외한 12개 대회에서 아마추어 임선욱(16·분당중앙고)이 2승(제주 삼다수오픈, 신세계오픈)을 거뒀을 뿐 프로선수들이 차지한 10개 대회의 우승컵 주인공은 매번 바뀌었다.1승씩 거둔 10명의 프로선수 면면을 보더라도 SBS최강전 우승자 이정연(20)과 JP컵여자오픈 챔피언 정일미(27·한솔PCS)만이 지난 시즌 상금순위 10위권에 들었을 뿐 나머지는 중위권에 맴돌던 선수들이다. 이들중에서도 김보금(31·매일우유오픈) 박금숙(33·서산카네이션) 이정연 박소영(23·018선수권) 천미녀(32·SK엔크린인비테이셔널) 한소영(26·파라다이스컵) 김영(19·한국여자오픈)은 생애 첫 승을 거뒀다.
이처럼 국내 여자프로골프에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군웅할거의 양상이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는 스타부재로 꼽을 수 있다. 박세리 김미현의 미국진출 등 뛰어난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앞다투어 미국과 일본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기때문이다. 바이코리아여자오픈, 한국여자오픈 등 해외파 스타선수들이 출전한 대회와 국내선수들만이 참가하는 대회에 대한 관심도의 차이가 이를 대변한다. 여자프로골프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요즘이지만 상대적으로 풍요속의 빈곤을 느껴야 하는 국내무대에서 스타탄생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넉넉한 경제적 뒷받침을 등에 업은 신세대프로들의 등장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체계적인 매니지먼트와 훈련으로 탄탄한 기량을 다져 국내 여자프로의 수준을 상향평준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프로 2년차 김영이 한국여자오픈에서 박세리, 펄신, 낸시 로페스, 아니카 소렌스탐 등 미LPGA투어 정상급선수들을 제치고 내셔널타이틀을 지켜낸 것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프로무대를 겨냥한 주니어들의 해외 골프유학도 갈수록 늘고 있어 국내 여자프로골프는 앞으로도 뚜렷한 강자를 찾아보기 힘든 춘추전국시대의 판도를 이룰 전망이다.
남재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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