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회장직무대행 김각중씨 추대■전경련이 당초 거론됐던 정몽구(鄭夢九) 현대회장 대신 원로인 김각중(金珏中) 경방회장을 회장직무대행으로 추대키로 한 것은 재벌오너가 회장을 맡는 것은 곤란하다는 정부의 직간접적인 경고를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말까지 부채비율 200%축소와 5대재벌개혁의 마무리, 대규모사업교환(빅딜)마무리 등 산적한 재계현안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5대그룹 오너회장」 옹립을 일단 연기한 채 김각중회장의 과도기체제를 선택한 것이다.
전경련 손병두(孫炳斗)부회장은 이날 회장단회의가 끝난후 『정몽구회장이 기업구조조정과 기아정상화를 위해 할일이 많다는 이유로 회장 추대를 고사했다』면서 『회장단중 최연장자인 김각중회장을 한시적으로 회장직무대행으로 추대키로 했다』고 밝혔다.
정회장이 회장추대를 고사한 것에 대해 재계는 정부의 외압설, 자진철회설, 경쟁그룹의 견제설등 다양한 각도에서 해석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전경련이 김우중(金宇中)전회장의 후임으로 정회장을 추대키로 하자, 5대재벌회장이 전경련회장을 맡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경련측에 전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윤철(田允喆) 공정거래위원장은 이와관련, 『전경련이 재벌오너중심으로 운영되면서 5대그룹의 대변인처럼 비춰지고 있다』며 『전문경영인의 모임체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정부입장의 일단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됐다.
전경련은 한시적인 김각중 회장직무대행체제를 맞이했지만 향후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재벌오너중심의 기존 조직및 운영방식에 대한 개혁방안을 모색하는 등 이미지제고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전경련은 새회장을 추대하려던 계획이 차질을 빚은채 김회장 직무대행체제를 맞아 적지않은 상처를 입게 됐다. 무엇보다 재계자율로 회장을 추대하려는 계획이 정부의 입김에 의해 실패해 재벌의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고, 정부와의 관계도 냉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 김각중 누구] '기업이윤 사회환원' 경영철학 **
내년 2월까지 재계의 총본산 전경련을 이끌게 될 김각중(金珏中·74) 경방회장은 김용완(金容完) 전 전경련회장(4,5, 9~12대)의 외아들. 비록 「대행」이긴 하나 2대에 걸쳐 전경련 대표를 맡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김 회장은 미국 유타대학 화공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고려대학교에서 10년여간 강의 경력을 갖고 있는 재계의 대표적 학구적 경영인.
69년 경방에 입사한 후 75년 회장직에 오른 그는 경영에 산업공학 기법을 국내 최초로 도입, 회사의 생산성을 크게 높히는 등 산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회장은 평소 경영철학으로 『기업인은 기업을 일으켜 많은 사람들에게 생활터전을 마련해주고 기업 이윤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며 『기업인은 창업의 보람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다른 재계 총수들도 원만한 성품에 한눈을 팔지 않는 기업가 정신의 김 회장이야말로 현재 위기에 처해 있는 전경련을 한시적으로나마 이끌면서 재계화합과 정부와의 대화물꼬를 다시 트는데 적임자라는데 의견을 같이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회장의 부인 차현영(車賢泳)씨는 삼양사 김상홍(金相鴻)명예회장의 장인인 차준담(車濬潭)씨의 막내딸이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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