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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메일 사과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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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메일 사과소동

입력
1999.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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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에서 집단속의 많은 구성원이 일시에 히스테리 증상을 일으키는 현상을 일컬어 「집단 히스테리」라고 한다. 주로 자신들의 뜻대로 일이 이뤄지지 않을 때 생기는 허탈감이나 실망감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심하면 자살소동까지 일으킨다. 세기말을 부추기는 일부 종말론자의 휴거주장에 부화뇌동하거나, 자신의 교주가 재림메시아임을 맹신하는 신자들이 교주의 지시에 따라 죽음까지 마다않는 것이 좋은 예다.■한나라당이 지난달 31일 IPI등 세계의 언론단체에 「언론대책」 문건파문의 진상조사를 요청하는 E메일을 보냈다. 한나라당은 이 문건에서 『이미 정부 통제하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 한국의 언론들이 대통령과 권력의 언론통제라는 사건의 본질을 외면하고 정부측 주장을 보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참으로 정신상태를 의심할 만한 언어폭력이요, 현실왜곡이다. 언론이 자신들의 의도를 따르지 않는다 해도 이런 일방적 매도는 공당의 품위에 관한 문제다.

■언론의 포커스가 의원과 한 기자간의 금전수수에 집중되는 듯 한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또 이것이 문건시비의 본질이 아니라는 점도 안다. 그렇다고 「정부통제…」 운운하며 한국 언론을 근거없이 비방하는 것이 제1야당의 올바른 자세라고 믿기는 어렵다. 한나라당이 해석상의 오류라고 뒤늦게 사과했지만 「치고 빠지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오히려 한나라당의 불행은 전력을 의심받는 한 소속의원의 「튀는 일」에 균형잡을 체제의 미비에 있다. 헌정사에서 오늘의 한나라당 처럼 일사불란을 강조한 야당은 없었다. 야당의 강점은 거대여당의 획일성보다는 주류·비주류간 견제와 균형이 조화를 이룬 당내 민주화다. 유감스럽게도 한나라당은 당권파 독주를 견제할만한 비주류 존립공간이 너무 협소하다. 사무총장을 자신의 비서실장으로 채우는 리더십하에서 이번 메일파문도 집단히스테리의 한 표출이란 말로 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을 듯 싶다.

/노진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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