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문건」국정조사가 좌초위기에 놓여있다. 여야 모두 조사의지를 의심받을 정도로 자기입장만을 고집하는 무성의한 협상태도를 보이고 있는 데다 조사방법 등 실무현안에서 아무 접합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여야는 우선 명칭에서부터 첨예한 의견차이를 보이고 있다. 「언론관계 문건 진상조사를 위한 국정조사」(여) 「김대중정권 언론장악 음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야)를 고집하며 버티고 있다. 여당은 국정조사를 이번 문건 파동에 한정, 한나라당의 무분별한 정치공세를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현정권의 언론정책 전반을 다뤄 「언론탄압」공방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같은 전략은 증인 채택에도 그대로 투영된다. 여당은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 국민회의 이종찬(李鍾贊)부총재, 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기자, 평화방송 이도준(李到俊)기자 등 사건 핵심관계자만 증인으로 부르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야당은 이들외에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 박준영(朴晙瑩)청와대대변인, 홍석현(洪錫炫)전중앙일보사장, 이상회(李相回)전세계일보사장, 안정남(安正男)국세청장 등으로 범위를 넓게 잡고 있다. 조사위 구성에 대해서도 여당의 「의석비율대로」, 야당의 「여야동수」주장이 맞서 있고 조사기간도 15일과 60일로 큰 차이가 난다.
그러나 이같은 표면적 이유외에 가장 큰 걸림돌은 국정조사에 대한 여야의 판이한 「잇속 계산」. 여당은 『한나라당이 국정조사를 정치공세에 활용할 것이 뻔하다』고 판단, 조사를 정형근의원 개인의 「기자매수공작」으로 한정시키려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국정조사를 통해 현 정권의 도덕성에 타격을 입히고 이 분위기를 내년 총선까지 끌고 가겠다는 전략이다.
여야는 2일에도 총무회담을 계속, 절충을 시도했으나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정치권 안팎에서 『당리를 앞세우는 정략에만 관심이 있을 뿐 국민이 바라는 진실 규명에는 애당초 의지가 약한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노원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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