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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 대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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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 대장정

입력
1999.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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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는 야심찬 장정이 시작됐다. 임헌정 지휘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27일 예술의전당 공연을 시작으로 2002년까지 3년간 10회에 걸쳐 연주한다. 예술의전당이 밀레니엄 기획으로 마련한 이 시리즈는 한국 음악사상 가장 길고 힘든 도전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말러 교향곡은 1번과 5번이 가끔 연주됐을 뿐이다.말러는 19세기 말 오스트리아 빈의 상징적 인물이었다. 당시 빈은 몰락해가는 합스부르크왕가와 전쟁의 기운이 겹쳐 불안이 떠돌았다.

모든 것이 혼미하고 수상하던 시절, 말러는 작품 속에 사랑과 구원의 메시지를 담았다. 아도르노의 표현에 따르면, 말러는 『베토벤 이후 가장 형이상학적인 작곡가』다. 그의 음악은 삶과 죽음, 인간과 세계의 궁극적인 의미를 탐구한다. 거기엔 숭고함과 저속함, 비극적인 것과 기괴함, 진지함과 해학, 소박함과 정교함, 황홀한 기쁨과 허무, 죽음의 그림자가 담겨있다.

말러는 40개 정도의 가곡과 1개의 칸타타, 11개의 교향곡을 남겼다. 11개의 교향곡에는 번호가 붙지않은 「대지의 노래」와 미완성으로 끝난 10번이 포함돼있다. 「대지의 노래」는 순서로 치면 9번에 해당되지만, 평생 죽음의 두려움을 느꼈던 말러는 9번의 저주를 피하려 굳이 번호를 붙이지 않았다. 베토벤·슈베르트·브루크너 등이 9번 교향곡을 쓰고 죽었기 때문이다. 지휘자 브루노 발터는 브루크너와 말러의 차이를 이렇게 말했다. 『브루크너는 신을 찾았고, 말러는 계속 찾다 갔다』

말러의 교향곡은 거대하다. 연주시간이 1시간 30분이나 되는 3번을 비롯해 대부분이 1시간이 넘는 대작이다. 악기 편성도 질릴만큼 크다. 8번 「천인교향곡」은 5관 편성 오케스트라와 8명의 독창자, 2개의 혼성 합창단, 1개의 소년합창단에 파이프오르간까지 동원된다.

후기 낭만음악의 정점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교향곡 역사에서 오케스트라 규모의 최대치를 가리킨다. 그래서 말러 하면 흔히 엄청나게 큰 길고 지루한 음악이라고 생각하지만, 그처럼 장대한 음향 속에 흐르는 주제 선율은 동요, 유행가, 거친 춤곡 등 소박하기 그지없는 것들이다.

말러는 베토벤, 브람스와 함께 현재 세계에서 가장 자주 연주되는 작곡가이지만, 사후 50년간 그의 교향곡은 묻혀있다시피 했다. 말러의 부활은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60년대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면서부터다.

일본에서도 70년대 후반부터 말러 붐이 일어났다. 거기 비해 우리나라 음악계의 침묵은 말러 연주의 어려움을 감안하더라도 무사안일로 질타받을 만한 것이다.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는 국내 양대 교향악단인 KBS교향악단이나 서울시향이 진작 했어야 할 일이다. 그 점에서 지방 시립교향악단인 부천필의 도전은 음악계의 반성을 촉구하는 신선한 자극이기도 하다.

임헌정은 97년 서울대 음대 개교 50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말러 교향곡 2번을

지휘하면서 작품 속에 흐르는 사랑과 구원의 메시지에 희열에 느껴 전곡 연주를 결심했다고 한다. 당시 그는 의자에 앉아 지휘할 만큼 건강이 나빴다.

부천필의 이번 말러 시리즈는 「대지의 노래」를 뺀 10개 교향곡을 연주한다. 27일 첫 공연은 교향곡 1번과, 이 곡의 모티브가 된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를 바리톤 전기홍이 협연한다.

예술의전당은 S석(2만원)에서 10회 공연을 다 볼 수 있는 10만원짜리 시리즈티켓을 내놨다.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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