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우 교수가 재정적자를 우려하는 글을 썼다(한국일보 10월20일자). 사실 IMF 위기를 맞아 재정수지가 적자로 반전한 것은 불가피한 것이었지만 당혹스럽기도 하다. 정부는 긴축재정을 통한 균형재정의 회복을 재정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설정해놓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균형재정이 우리 경제 전반의 건전성을 상징하고 반드시 조기 달성해야하는 목표인가.그동안 우리의 건전재정은 준재정분야인 정책금융을 감안하지 않은 결과이다. 이를 감안한다면 적자재정이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더욱이 이 정책금융 관행이 일반금융에까지 연장돼 관치금융을 낳았고 이것이 결국 금융기관의 부실화를 초래한 원인이 되었다는 사실까지 고려한다면 건전재정의 개끗한 외양을 유지하기 위한 희생이 너무 컸다.
재정적자를 축소하여 균형재정을 회복한다 할지라도 지금처럼 서둘러야하는지 의문이다. 우리의 국내총생산 대비 국채비율은 주요 선진국의 4분의1 내지 2분의1 수준으로, 그다지 우려할만한 상황이 아니며 국가채권을 감안하면 채권이 채무보다 많은 순채권 상태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균형재정이 자기목표일 수는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상위목표인 지식기반경제의 구축을 위해서는 당분간 적자재정을 감수하면서 경제성장을 통한 재정기반의 확충에 강세를 두어야할 것이다. 미국이 고성장과 저물가는 물론 흑자재정까지 달성할 수 있었던 성과의 출발점은 정부의 적극적인 과학기술정책에 힘입은 지식기반산업의 성장과 이에따른 생산비 절감이었다. 물가압력이 사라지면서 가능해진 저금리정책은 다시 지식기반산업의 성장을 가속화시켰다.
굳이 미국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는 그동안 산업화를 위해 막대한 외자를 도입했다. 80년대초 한때 「외채망국론」까지 대두됐으나 그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현재 우리 경제는 산업혁명을 능가하는 지식정보혁명을 수행해야하는 역사적 전환기에 놓여있다. 지식격차는 일단 발생하면 고착되고 더욱 확대되는 경향을 갖는다. 우리가 산업화는 늦었지만 지식정보화에서 앞서가려면 기술혁신 촉진, 인적자원 양성, 인프라스터럭쳐 확충, 창업지원 등에서 재정이 후손을 위한 투자라는 확고한 인식을 갖고 선도적 역할을 해야한다. 빚을 물려주지 않는 것보다 빚갚을 능력 이상을 배양해주는 것이 더욱 보람있는 위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앞으로 10년은 흑자재정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장 중요한 배경은 80∼90년대 정치권이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재정정책을 수행한 덕분이다. 우리도 정치권이 적자재정의 공포에서 벗어나 10년을 내다보며 「미래를 위한 투자」를 감행하는 재정운용방향을 정립할 것을 촉구한다. /김호균·명지대 지식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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