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북한에서 열릴 통일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소망입니다』비로봉을 등지고, 해금강을 벗삼아 달리는 「금강산 마라토너」정봉두(鄭奉斗·46) 이사.
금강산 관광선이 정박하는 장전(고성)항의 현대상선 사무소장인 정 이사는 지난해 11월 북한에 첫 발을 디딘 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아침 15㎞의 「금강산 단축 마라톤」을 멈추지 않고 있다. 오전 5시에 기상, 북한 사람들이 생활부지라고 부르는 현대 직원 숙소에서 부속선 접안부두까지 왕복 1.5㎞를 10차례씩 달린다. 이 지역을 벗어나면 민가와 연결돼 북한 당국이 우리측의 도보통행을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 처음에는 북한 경비병들이 『서지 않으면 갈겨버릴 거야』라며 총부리를 겨눈 기겁할 일까지 있었다.
정 이사는 현대상선 일본 주재원으로 근무하던 84년부터 90년까지 조일(朝日) 마라톤, 챌린저 마라톤대회 등에 참가했고, 귀국해서도 동아마라톤 등 각종 마라톤 대회에서 기록단축을 거듭해왔다. 최고 기록은 아마추어로서 수준급인 2시간50분대. 정 이사는 『처음엔 갇혀있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으나, 지금은 금강산 일대가 남북한 모두에게 소중한 「공존의 시험 무대」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금강산에서=윤순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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