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에 걸릴지도 모르지만 비상구를 열어두면 돈 안내고 그냥 나가는 손님들을 「단속」하기 힘들어요』 어두운 미로와 비좁은 내부, 불이 붙으면 유독가스를 내뿜는 화학내장재, 보이지 않는 비상구, 가려진 창문. 화재가 나면 「소형유흥업소」는 빠져나갈 곳을 찾지 못하는 사람과 유독가스가 한데 뒤엉키면서 삽시간에 연옥(煙獄)이 된다.본보 취재팀이 1일 서울의 주요 유흥가를 점검한 결과 록카페, 단란주점, 룸살롱, 호프집, 소주방, 호프방 등 소형유흥업소 대부분은 여전히 「안전사각지대」였다.
미비한 법규에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업주들의 안전불감증이 어우러져 전국의 유흥가가 화재무방비 지대로 변한지 오래지만 정부당국도 업주들도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전혀 없어 보였다.
■비상구가 없다
불야성을 이룬 서울 서대문구 신촌 한 건물의 3층에 자리한 B노래방. 20여개의 방마다 손님이 가득하지만 비상구가 없다.
출입문마저 자동문이어서 화재로 전기가 나가면 열 수가 없다. 4층으로 통하는 철문도 굳게 닫혀 있어 아래층에서 불이 나면 그야말로 「사면초가」신세.
광진구 화양리 「먹자골목」내 G노래방은 미로를 따라 간신히 찾은 비상구를 열면 30㎝앞이 옆 건물의 벽이다. 사람의 몸이 빠져 나가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G방재전문업체 관계자는 『소형유흥업소 화재의 경우 10여분만에 진화되는 작은 불에도 떼죽음을 당하는 것은 유독가스가 순식간에 업소 내부를 가득채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 업소가 손님을 끌기 위해 경쟁적으로 합성수지와 카펫 등을 이용해 화려한 내부장식을 하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안전은 뒷전 배짱영업
장사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소화기를 치우거나 자동화재경보장치를 끈 업소가 많다. 신림동 E노래방은 방마다 설치토록 돼 있는 소화기가 1개 밖에 없었다.
『방마다 소화기가 있으면 손님들이 노는데 방해가 된다』는게 업소 종업원의 설명. 이 종업원은 소화기 작동법조차 알지 못했다. 소화기를 갖춘 업소들도 카운터 뒤나 화장실 등 손님들이 알 수 없는 장소에 비치해 비상시에 찾기란 불가능했다.
화재경보장치 관리도 엉망이다. 강남구 신사동 A단란주점 사장 김모(38)씨는 『자동경보기가 오작동하면 손님을 다 내 는 꼴』이라면서 『점검이 있으면 켜 놓지만 다른 때는 대부분 수동으로 해놓거나 꺼 놓는다』고 털어놨다.
서울소방방재본부 관계자는 『피할 틈도 없이 우왕좌왕하다 순식간에 질식해 쓰러지는 것이 소형유흥업소 화재의 특성』 이라며 『방화시설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업주와 종업원들이 먼저 안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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