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그 총수들은 늘 화제가 되기 마련이지만 요즘은 대우와 김우중회장이 단연 그렇다. 대우가 위험하다고 소문이 돌았던 연초에도 그랬지만 계열사들의 기업개선작업 계획발표를 코 앞에 둔 요즘은 한층 더하다. 『대우 별명이 뭔지 알아? BJR. 「배째라」의 약자란다』같은 우스개를 하는 이도 있다. 대우 때문에 2년 전의 경제적 고통을 다시 겪을지 모른다는 불안을 농담으로 희석시키려는 의도이리라. 김회장의 새하얘진 머리를 보며 열심히 일했으나 스러져가는 기업인의 모습에 동정이 간다는 이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김회장을 비난한다. IMF관리체제 이후에도 쌍용자동차까지 인수하는 확장중심의 경영을 계속했으니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가 아니라 「세계는 넓고 빚 갚을 일밖에 없다」로 만들었다는 것이다.언론의 대우사태 보도는 썩 자세하거나 많은 편은 아니다. IMF 관리체제 이후에도 부실이 누적된 원인이나, 다른 기업들에 비해 1년쯤이나 구조조정 추진이 늦어진 이유를 알기 어렵다. 역시 자세하지는 않지만 의외로 해외언론, 웹 사이트들은 대우뉴스를 많이 다루고 있다. NYT(nytimes.com)에는 최근 기사만 10여 건이 있고 후버(hoovweb.hoovers.com)에는 세계의 권위언론에서 가려 뽑은 기사들이 있다. 물론 이런 기사를 보고 나면 언짢다. 한국을 마음놓고 훈수하는 기사가 꽤 있기 때문이다. 대우의 앞길을 「어둡다」고 조망하고 「의지의 싸움」「대우의 죽음」등의 제목 아래 『대우가 구조조정을 회피하려 하더라도 김대중대통령은 의지를 걸고 반드시 해내야 한다』, 『대우의 부침은 한국의 부침과 비슷하다』고 떠들고 있다.
그러나 해외 웹사이트들을 보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있다. 그들처럼 냉정하게 대우를 보는 편이 도움이 되리라는 것이다. 김회장의 자서전을 읽고 「세계로 나아가라」는 문구에 매혹되기도 하고 아프리카 오지에까지 대우가 진출한 보도에 감동했었을지라도 이제는 그런 애정과 감상을 벗고 부실한 기업은 정리되어야 함을 명확히 해야 한다. BBC방송(bbc.co.uk)은 『한국 재벌은 이윤이 안 나도 걱정이 없었다. 97년의 경제위기 전까지는 저리의 대출금 혜택이 있었으니까. 그러나 이제는 그들도 돈 벌기를 배워야 한다』고 했다. 다우존스(bd.dowjones.com)는 대우의 웹사이트(daewoo.com)를 세계의 100대 웹기업 안에 포함시킬 만큼 높게 평가했지만 재무자료가 없는 이상한 사이트라고 했다. 대우 때문에 발생할 예상 외의 공적 자금은 얼마나 될까를 헤아리는 쪽이 김회장을 딱해 하는 것보다 바람직할지 모른다.
박금자
p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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