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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설의 한 순간] "진정한 나를 만나려면 힘겨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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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설의 한 순간] "진정한 나를 만나려면 힘겨운..."

입력
1999.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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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 사자의 서」를 넘겨가다 보면 죽은 자가 겪게 되는 끔찍한 장면들이 나온다. 몸뚱이가 피흘리고 불길에 휩싸인다. 수많은 사람들이 눈앞에서 같은 고통을 받는다. 이 책에는 이렇게 씌어 있다. 『죽은 자여, 이 모든 것이 다만 네 마음에서부터 나온 것임을 알라, 그렇게 고통에서 벗어나라』나는 자주 꿈을 꾸는 편이다. 그 책을 읽은 뒤 한동안 나는 소원을 하나 품었는데, 바로 꿈꾸는 동안 그것이 꿈이라는 것을 각성하게 되는 것이었다.

성공해본 적은 없었다. 꿈은 다만 내 마음에서 흘러나온 것인데, 나는 거기 무력하게 사로잡혀 괴로워하고 두려워하는구나. 아침에 일어나 멍하니 이부자리에 웅크려 앉아 있는 날이 많았다.

「아기 부처」(계간 「문학과사회」 99년 여름호)에는 그렇게 꿈을 꾸는 여자가 나온다. 동굴 속에서 자신의 손으로 흙을 빚어 만든 아기 불상을 보는 꿈. 여자가 거기서 본 것은 흉칙하게 일그러진 낯선 얼굴이다. 여자의 현실 세계에는 잘생기고 상승욕망이 강한 TV앵커 남편이 있는데, 그는 얼굴과 손 등 드러난 부분을 제외한 몸 전체에 어린 시절 입었던 화상의 흉터를 숨기고 있다. 세계의 모랄대로 무난히 살아왔던 여자는 다만 피부 한 껍질일 뿐인 남편의 흉터를 진정으로 받아들이기까지의 어려움을 체험하면서, 자신의 내부의 외면하고 싶은 질긴 「한 껍질」을 응시하게 된다.

아무리 지울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도, 그것이 죄든 욕망이든 외상(外傷)이든, 상처를 감수하며 끝까지 응시해낼 수만 있다면 결국엔 극복되는 것 아닐까. 성경의 말처럼 『인내로써 영혼을 얻는』 한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여자의 꿈에 나타나는 아기부처는 인간의 일그러진 이면의 얼굴이지만, 그것을 맞대면하는 것은 고통이지만, 진정한 자신을 만나려면 그 얼굴을 직시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그때 우리에게 삶의 상처는 오히려 어둠의 빗장을 앞당겨 열어준다. 나쁜 꿈에 시달리는 사람을 깨우기가 더 쉽다는 말처럼. 조금만 어깨가 흔들려도 번쩍 눈을 떠, 꿈이 꿈이었던 것을 알고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처럼./소설가·창작집 「여수의 사랑」, 장편 「검은 사슴」등. 「아기부처」로 99년 한국소설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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