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에 사는 주부 이현주(32)씨는 인근 대형 할인점에서 물건을 살때는 꼭 자체브랜드(PB·Private Brand)상품만을 고른다. 처음 PB상품을 접했을 땐 품질이 떨어지는 것 같아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우연한 기회에 구입해 써본 뒤로는 PB상품만을 애용하고 있다. 일반 브랜드에서 내놓고 있는 동일한 제품과 비교해도 품질면에서 전혀 손색이 없으면서도 가격이 20-30% 싸기 때문.최근들어 대형할인점을 비롯, 백화점, 대형 전자상가 등 유통업체들이 PB상품 개발에 열을 올려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소비자들로서는 같은 품질의 상품을 훨씬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대형할인점 PB에 주력
E마트, 한화유통, 마크넷 등 대형할인매장들이 품질과 가격면에서 장점을 지닌 PB상품으로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토종 할인점의 맏형격인 E마트는 「E-PLUS」「투마로」「키즈랜드」등 4개 PB상표로 300여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E마트는 하반기에 80여개 품목을 새로 개발해 연말까지 매출비중을 전체의 15% 늘리고 2003년까지 45%로 높일 계획. E마트의 주력 PB는 E-PLUS. 휴지나 우유 식용유 둥글레차 계란 녹차 국수 등 소비자가 주로 찾는 생필품을 일반 브랜드 상품보다 평균 30% 저렴하게 내놓았다. 시중에서 1,350원에 판매되는 1,000㎖짜리 우유의 경우 980원에 판매된다.
한화유통은 「굿앤칩」「한화명품」「INC」등 브랜드로 활발하게 PB상품을 내놓고 있다. 굿앤칩은 고품질 저가격 브랜드로 잡화(350여개) 식품(130여개) 의류(70여개) 등에서 550여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한화명품은 국내산 원료만을 사용해 김치 참기름 들기름및 장류 등을 내놓고 있다. 가격은 일반 상품에 비해 평균 20~30% 저렴하다.
마그넷은 우유 계란 화장지 등 생필품을 중심으로 「마그넷」브랜드로 61개의 품목을 선보였다. 주력 상품은 그린시유(1ℓ·950원)와 그린 생생30란(2,840원) 진미오징어(3,980원) 등.
킴스클럽은 「피플」「육림원」「킴스클럽」「스텔리어」 등 브랜드로 공산품과 의류에 주력하고 있다. 피플로는 라면 식용유 요구르트 우유 아이스크림 등 6종이 나와있다. 특히 3월 개발된 축산물PB인 육림원은 돼지고기 안심(100g·800원) 목살과 삼겹살(100g·890원) 불고기(100g·520원) 육우 불고기(100g·790원) 등이 특히 저렴하다.
LG마트는 「함박웃음」이란 브랜드로 우유 오렌지주스 요구르트 계란 라면 김반햄 등 신선식품과 가공식품 55개 품목을 내놓고 있다. LG마트는 올해말까지 PB상품을 70여개로 늘리고 내년에는 150여개 이상 확보할 계획이다.
●백화점에서도 의류PB 개발
현대, 신세계 등 백화점들도 의류를 중심으로 PB상품을 내놓고 있다. 신세계의 주력 PB는 남·여 「아이비하우스」「샤데이」「바니테일러」「트리아나」「베스티돈나」등 7개브랜드. 이들 PB는 유사 브랜드에 비해 30% 싸다. 아이비하우스의 겨울 정장의 경우 28만8,000원에 판매중인데 유사 브랜드의 경우 36만8,000원에 판매한다.
현대는 「GBR」「레꼬팽」「밀라노스토리」「페레스튜디오」등 4개의 이탈리아 의류 브랜드를 선보였다. 밀라노스토리는 여성 니트와 팬츠류로 심플하고 세련된 단품 의류들로 구성돼있다.
●일제 가전제품까지 PB바람
PB바람은 가전제품에까지 불고 있다.
테크노마트는 지난해 12월 전자상가 최초로 대우 아남 태광 등과 제휴해 TV 오디오 전자밥솥 다용도쌀통 세탁기 에어컨 냉장고 등 7가지 품목에 PB상표인 「TM」을 붙여 내놓았다. 가격은 같은 품목의 타제품보다 2만-10만원 저렴하다. 또 11월부터는 4층 수입가전매장에서 일본 콜롬비아사의 「데논 오디오」(모델명 D-G1)를 PB상품으로 연간 6,000대 공급할 계획이다. 이 오디오는 가격대가 40만원으로 타 전자상가에서 동일한 품목으로 판매하는 가격과 비교해 8만-10만원 정도 싼 편이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쌀, 과일도 '이름달기' 바람
쌀이나 과일 등 농산물 시장에도 PB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산지표시 농산물이 범람하면서 이와 차별화한 PB상품이 속속 등장, 인기를 끌고 있는 것.
대표적인 PB농산물은 주식인 쌀. 민간 기업들에서 내놓거나 농협 및 각 시군에서 지역 이미지에 맞춰 내놓은 브랜드 쌀만도 이미 60-70여종.
이중 쌀 브랜드화를 주도하고 있는 업체는 ㈜사레촌. 사레촌은 「정성쌀」「사랑쌀」 「손님쌀」 등 등급을 구분한 브랜드쌀과 「효도쌀」「축복쌀」 「합격쌀」 등 기획 브랜드쌀을 내놓아 호평을 받고 있다. 이밖에 광역 쌀배달 체인점 신일양곡유통의 PB상품인 「용왕님쌀」이나 일품쌀 프랜차이즈의 「일품쌀」, 경기의 「강화섬 쌀」,「양주 깨끗한 쌀」,「안성맞춤쌀」 등도 주부들의 사랑을 받는 품목.
과일도 PB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시냇물이 운영하고 있는 「마깔로」와 가프인터내셔널의 「과일머꼬」가 대표 브랜드. 이들 역시 산지직송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과일을 공급하고, 고객의 기호에 맞춰 채소류와 수입과일까지도 판매한다. 또 정기적인 세일을 실시, 재고 과일을 미리미리 정리하고 잼으로 즉석 가공, 판매하는 방법으로 신선한 과일 공급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특수 품목인 경우 생산자의 실명을 명시한 「류충현 버섯」이나 「안상규 벌꿀」등의 PB상품들도 나와있다.
■아이디어 PB상품 인기
「이런 PB상품을 아시나요?」
유통업체에 PB바람이 불면서 아이디어가 톡톡 튀는 상품이나 생활에 꼭 필요한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화유통은 양손 장갑이 아닌 오른손만으로 된 「굿앤칩 고무장갑 오른손」을 판매하고 있다. 이 고무장갑은 「고무장갑을 사용하면 주로 왼쪽보다는 오른쪽이 많이 헤진다」는 주부 모니터들의 제안에 착안해 개발된 아이디어 상품. 95년 12월 처음 출시된 이 고무장갑은 초반부터 주부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현재 월 평균 2,000여개가 판매되고 있다. 종류는 크기에 따라 중·대 두가지로 가격은 790원. 양손 장갑이 1,290-1,500원에 판매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절반 가격이다.
마그넷은 제조일을 새긴 「그린 생생 30란」을 판매하고 있다. 계란 표면에 제조일을 새기고 제조일 이후 하루까지만 판매, 항상 신선함을 유지토록 했다. 또 11월부터 선보일 「마그넷 돈까스」는 봉투에 지퍼를 달았다. 주부들이 돈까스를 한꺼번에 요리하는 것이 아니라 서너번에 나눠 사용하기 때문에 지퍼를 달아주면 습기와 공기를 차단,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지난달 선보인 E마트의 의류 PB인 「스포티 라이프」 「시티 라이프」 「미시 갤러리」 「우먼스 리포트」도 눈에 띄는 상품. 할인점이 의류PB를 선보이기는 처음. 이들 브랜드는 정장보다는 실용성이 강조된 캐주얼 의류를 판매하고 있으며, 품질은 백화점 단품 수준으로 중저가다.
/박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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