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와 권력 /벤저민 코헨 지음지금 화폐는 콜라와 같은 것이라고 말하면 지나친 비유일까? 코카콜라라는 국경을 넘어선 거대 상품이 있고 이에 맞서 나라마다 독특한 청량음료가 경쟁하는 상황.
캘리포니아대 국제정치경제학 교수인 지은이는 통화의 영역이 국가에 따라 구분되는 2차원의 세계를 지나 시장망에 따른 일종의 가상현실에서 존재하는 3차원 피라미드에 가까운 세계로 펼쳐지고 있다고 본다. 정상에는 미국 달러가 있고 그 아래로 귀족통화(마르크, 엔, 프랑), 엘리트통화(파운드, 길더, 리라, 캐나다 달러 등), 그리고 한국의 화폐를 포함하는 평민통화 등이 자리잡고 있다. 코헨 교수는 그래서 통화공간을 위치나 장소에 바탕한 물리 개념이 아니라 거래와 관계의 네트워크에 기준한 기능의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가 말하는 유량중심(flow-based) 모형은 화폐의 실제 사용 빈도와 그 세력권에 따른 화폐의 지형도다.
책에서는 3대 통화인 달러와 유로화, 엔의 미래와 잠재력을 따져보고 하위 통화를 가진 나라들이 자국 화폐를 방어하기 위해 심하게는 시장을 「협박」하는 조치까지 이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열강들의 화폐·금융논리와 약소 통화국의 미래를 가늠케 해주는 책이다. 원광대 박영철 교수 옮김. 시유시 발행. 1만 2,000원.
이슬람 문화 /최영길 지음
인류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두 유목인은 초원의 칭기즈칸과 사막의 무함마드다. 13세기 몽골에서 시작한 칭기즈칸의 정복은 역사상 가장 방대한 제국을 낳았지만 남은 것은 몽골이라는 나라 하나 뿐이다. 하지만 7세기 아라비아 반도에서 출발한 무함마드의 이슬람 회복운동은 서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중·북부로 퍼져 55개 이슬람 국가를 형성했고 세계 인구 5분의 1에 해당하는 16억 이슬람인들을 남겨 놓았다.
명지대 아랍지역학과 교수인 지은이는 이 책에서 이슬람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이 종교이기에 앞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모습을 가진 생활양식이라고 말한다. 이슬람인들이 사용하는 인사법부터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마호메트 이야기, 성서이면서 동시에 실정법으로 통하는 코란의 실체, 이슬람 신학사상과 이슬람 사회의 법과 형벌 체계, 원죄를 부정하는 이슬람 사상에서 본 인간의 구원관 등을 갖은 관련 자료를 들어가며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또 이슬람 음식문화며 축제일과 기념일 등 생활상과 이슬람인의 의식구조, 또 이슬람 및 아랍사회를 드나들면서 대화에 필요한 간단한 문구까지 정리했다. 알림 발행. 1만 8,000원.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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