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金宇中)대우회장과 김승연(金昇淵)한화회장. 고교 선·후배간인 이들은 말이 똑같은 재벌총수이지 현실세계에선 현격한 높낮이 차이가 있었다. 우선 기업의 크기가 어른과 아이만큼 달랐고, 「창업자」와 「물려받은 2세」라는 각각의 입지도 무언의 차별조건이었다. 지나간 환란의 와중에 대우는 다른 기업을 사들이며 기세를 뻗쳐나간 반면 한화는 핵심계열사들을 급매하는 등 살아 남기에 바빠 둘간의 격차는 한결 더 벌어지는 것 같았다.■지난주말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한화이글스가 역전과 재역전끝에 회심의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 관중석의 김승연회장은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외환위기에서 그룹이 벼랑끝에 밀렸던 절망과 알짜배기 사업체들을 스스로 잘라내야 했던 아픔, 이후 성공적인 구조조정 모범그룹으로 다시 떠오른 역정이 한화이글스의 승리로 대미를 이뤄 벅찬 감격과 환희가 끓어 올랐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음날 수원에서 열린 프로축구 챔피언 결정전에서 대우는 삼성에 무릎을 꿇었다. 김우중회장은 물론 이 자리에 없었다. 그는 지난달부터 장기 외유중이다. 전경련회장직을 사퇴한뒤 출장길에 올라 유럽 아프리카등 해외현장을 지휘하고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나 그가 아직도 「세계경영」에 집중할 힘과 명분을 갖고 있다고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아마도 그는 자신을 강제퇴진시키고 문책해야 한다고 떠들어대는 국내소식으로 통한과 회오에 잠겨 있을 것이다.
■젊은 네티즌들을 대상으로한 연례 설문조사에서 한때 「사업자문을 받고 싶은 최고의 인물」로 꼽혔던 김우중회장의 「몸값」은 이제 김승연회장보다 못하다. 최근 개설된 사이버경영자증시(경영능력평가)에서 이들은 지난달 31일 현재 각각 7,250원 8,800원에 상장되어 있다. 압축성장시대에 외형위주로 기업을 부풀려 왔던 두사람의 이같은 반전은 멈춰야 할 때 멈추지 않으면 넘어진다는 평범한 삶의 지혜를 새삼 일깨운다. /송태권 논설위원
/송태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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