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기술자 이근안씨는 도피 중 대공수사와 관련된 수기(手記)를 준비하는 한편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진돗개를 기르거나 컴퓨터와 성경 등을 공부하며 지냈던 것으로 밝혀졌다.이씨의 도피 행적 등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강력부(문효남·文孝男부장검사)는 1일 이씨가 쓴 「1. 소년기의 6·25동란」이란 소제목의 수기를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200자 원고지 87장 분량의 수기는 한국전쟁 당시 피란생활에서 겪은 고생과 전쟁의 비참함을 중심으로 기술됐다.
이씨는 이후 그동안의 대공수사 경험 등을 자서전 형식으로 엮을 계획이었으나 자수를 하면서 수기는 완성을 못본채 압수됐다. 이씨는 이와관련, 검찰에서 『96년부터 후배 대공수사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수기를 작성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특히 은신생활 도중 「꾀돌이」라는 이름의 진돗개를 기르면서 무료함을 달랬으며 성경을 5번 읽고 컴퓨터 공부까지 했다.
검찰은 한편 이씨가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본인 명의의 공무원 임대아파트를 수시로 방문, 은신했었다고 진술함에 따라 진술의 진위 여부와 이 과정에 비호세력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88년12월 도피생활을 시작한 뒤 주로 부산 대구 영주 등을 기차로 여행했다. 89년1월부턴 여행도중 피로하면 서울 강남구 일원동 공무원 임대아파트를 방문, 며칠동안 쉰 뒤 다시 여행을 떠났으며 90년1월부턴 아예 이 아파트에서 7개월동안 은신했다.
이씨는 밤에도 불을 켜지 않고 지냈으며 경찰이 잠복하고 있는지를 확인한 뒤 출입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파트는 이씨가 84년 4월 치안본부 대공분실 경감시절 본인 이름으로 공무원연금관리공단으로부터 보증금 210만원에 분양받은 것으로 월8만원의 관리비는 이씨의 부인이 내온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특히 이씨가 이 아파트를 2년동안 수시로 출입했는데도 경찰이 이를 알지 못한 점은 석연치 않다고 보고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이씨의 해외도피 가능성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하고 있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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