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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화재사고] 참사현장 인현동 '여전히 불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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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화재사고] 참사현장 인현동 '여전히 불야성'

입력
1999.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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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우연히 일어난 일인데 신경쓸 것 있나요』 청소년 55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참사가 일어난지 채 이틀도 안된 1일 오전1시. 「10대의 해방구」로 통하는 인천 중구 인현동 사고현장 부근 유흥가는 여전히 불야성이었다.100여개의 호프집과 소주방, 30여개가 넘는 노래방, 당구장 등에서 쏟아지는 형형색색의 네온사인 불빛은 「그냥 그대로」였다. 몸은 사복으로 감췄을지라도 앳된 얼굴마저 숨길 수 없는 10대들은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자신들만의 해방감을 만끽하는 모습이었다.

사고현장 인근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모(25)씨는 『오늘 하루만 담배를 사러온 아이들이 50여명이나 된다』며 『오히려 사고가 난 골목을 경찰이 통제하기 때문에 옆골목이 평소보다 붐벼 장사가 더 잘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가방에 숨겨온 사복을 화장실에서 갈아입는 건 옛날 얘기』라며 『호프집이나 노래방 업주들이 옷갈아 입는 장소를 제공할 뿐아니라 옷도 빌려주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거리에서 만난 이모(17·고1)군은 『이곳은 고등학생 천국』이라며 『우리가 술 먹으려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곳을 지나치던 서모(42·회사원)씨는 『아이들은 그렇다 치고 술을 파는 어른들이 문제』라며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의 현실은 잘 알지만 이 곳이 사고장소인 줄 뻔히 알고도 찾은 학생들이 처신도 생각해 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씁쓸해 했다.

H노래방 업주 김모(58)씨는 『나도 장사를 하는 입장이지만 솔직이 사고가 나도 단속이 제대로 이루어 지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며『잠깐 반짝하는 형식적 단속이 아닌 철저한 당국의 단속이 있어야 선량한 업주들도 떳떳하게 장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한 고교생은 『이곳을 찾는게 옳은 일이 아니란 것은 알지만 어른들은 우리가 왜 이곳을 찾는지 한번쯤은 생각해 주길 바라요』라고 말했다.

/정녹용기자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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