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미국 대선을 향한 민주당의 후보 경선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9월8일 출마를 선언한 빌 브래들리 전 상원의원이 앨 고어 부통령에 맞서 돌풍의 수준을 넘어 자칫 이변을 연출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브래들리의 약진은 최근 나타난 여론조사에서 두드러진다. 고어는 올 3·4분기까지 줄곧 브래들리를 압도적으로 리드했었으나 지난달 들어서는 브래들리와의 격차가 크게 줄었다. CNN이 9월1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후보로 유력시되는 조지 부시 텍사스주지사와 맞대결했을 경우 고어는 부시에 17% 포인트 뒤지는 반면 브래들리는 20% 포인트나 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0월21일 뉴스위크의 조사에서는 고어가 부시에 9% 포인트 리드당한데 비해 브래들리는 5% 포인트밖에 뒤처지지않아 판세를 역전시켰다. 이같은 추세는 계속이어져 지난달말 뉴스위크 조사결과 부시와 맞대결했을때 브래들리는 8% 포인트 밖에 뒤지지않은 반면 고어는 두배 가까운 14% 포인트로까지 뒤떨어졌다. 이 정도면 브래들리는 지난해 이후 민주당의 어떤 후보와 붙어도 두 자리수 이상의 지지율 격차를 기록, 민주당쪽으로부터 「난공불락」의 요새로 평가되는 부시에 맞설 「새로운 해결사」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한 셈이다.
브래들리의 선전은 지난달 27일 실시된 첫 TV토론에서도 두드러졌다. 갤럽이 뉴햄프셔주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브래들리가 고어에 비해 보다 사려깊고 신중하고 진지했으며 호감이 가는 후보라는 결과가 나왔다. 또 브래들리 지지성향이 강한 지역이긴 하지만 뉴햄프셔의 민주당 유권자대상 조사에서도 여전히 브래들리가 고어를 2% 포인트 차이로 리드했다.
브래들리의 이같은 공세에 고어 진영이 당혹해하는 것은 당연지사. 고어는 자신의 지지율 정체가 「보이스카웃 모범생」이미지와 「클린턴의 적자(嫡子)」로 인식되는데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극복하기위해 분투중이다. 고어는 지난번 TV토론에서 컬러 와이셔츠를 입고나와 큰 목소리로 너털웃음을 웃는 등 수더분한 인상을 주기위해 애썼다. 또 선거캠프도 워싱턴에서 고향인 테네시로 옮기는 등 「탈(脫) 클린턴」 전략을 구사중이다. 부시와의 본선보다 혈투를 벌이고 있는 두 후보의 민주당 예선전이 오히려 흥미를 더해가는 형국이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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