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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건 본질을 왜 외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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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건 본질을 왜 외면하나

입력
1999.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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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대책 문건파문의 주관심사가 어느새 「프락치 언론인」 논란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본란에서 여러차례 지적했듯 이 사건의 본질은 언론대책 문건에 얽힌 진상을 밝혀내는데 있는 것이지, 추악한 언론인의 행태나 그로인한 언론개혁의 당위성, 정치인의 부도덕한 정치행태 등에 있는 것은 아니다.정형근의원이 이도준기자에게 거액을 주고 정보를 산 것이냐, 이도준 기자가 이종찬부총재 사무실에서 절취한 문건중에 국가정보원 문건이 포함됐느냐 아니냐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들은 이번 사건의 부차적 문제일 따름이다.

물론 언론의 사명을 망각한채 정치권의 추악한 「정보 장사꾼」으로 전락한 언론인이 있다는 것은 다시한번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도준기자가 저지른 짓거리들은 모든 언론인이 각오를 새롭게 다지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방에서 일시에 언론개혁의 당위성이 합창되는 것도 어딘가 어색한 일임에 틀림없다.

이번 사건의 관련당사자는 문일현기자_이종찬부총재_이도준기자_정형근의원이다. 그런데 지금 문일현_이종찬라인에서 빚어진 일들은 한쪽에 비켜 서있고, 이도준_정형근라인에 관한 얘기들이 여권과 검찰주변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야당은 야당대로 어처구니 없는 일을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국제언론인협회(IPI) 세계신문협회(WAN)등에 「정부의 언론통제수단이 담긴 문건이 발견됐다」면서 관심을 요청하는 서한을 발송했는데, 이는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는 일이다. 국제 언론단체에 협조를 요청할 만큼 우리의 언론현실이 그렇게 비참하다는 말인가. 여야가 사건의 본질을 외면하고 이런 일들을 벌이는 것은 정략의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사건의 본질은 간단하다. 언론대책 문건 작성에 권력의 개입 또는 유도가 있었느냐, 문건 내용이 정권의 언론대책에 이입되어 구체적으로 실현됐느냐 여부에 있다. 이런 것들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이종찬_문일현 라인에 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런 노력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검찰이 본격수사를 벌인다고 하는데 과연 이런 본질에 관한 것들이 수사의 범위에 속하는 것인지 그것도 궁금하다. 검찰 수사착수의 계기는 정형근의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 고발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 진행상황을 보면 그 범위를 벗어 나고 있는 듯하다. 검찰은 수사범위를 어디까지 한정 할 것인가를 밝혀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검찰이 정쟁에 휘말리는 것은 국민들에게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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