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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서평] 정의와 다원적 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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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서평] 정의와 다원적 평등

입력
1999.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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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와 다원적 평등-정의의 영역들」(마이클 왈저 지음, 철학과현실사 발행)인간은 예나 지금이나 부(재산), 귀(권력), 공명(명예) 등을 추구한다. 그러나 이같은 사회적 재화나 가치가 인간이 바라는 만큼 충분치 못한 까닭에 경쟁은 과열되기 쉽고 또한 한 영역을 점유하면 다른 영역까지 지배하고자 하여 재산가는 권력 또한 탐하게 되고 명예까지 독식하려 한다.

그렇다면 이 같은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나누고 각자의 몫을 어떤 기준으로 배분해야 정의로운 사회가 되고 또한 살만한 사회라 할 수 있는가? 최근 한국 철학회가 다산기념 철학강좌에 초청한 마이클 왈저 교수의 주저(主著) 「정의와 다원적 평등」(Spheres of Justice)은 이런 문제에 대한 흥미로운 대답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사회적 재화(재산, 권력, 명예 등)를 성원에게 동등하게 분배하는 것이 정의라는 전통적 평등관념을 단순평등이라 비판한다. 인간의 재능과 욕구가 다양한 만큼 바람직한 사회는 다원주의 사회일 수밖에 없으며 각각의 다원적 영역들은 모두 그 나름의 분배기준을 갖게 됨으로써 다원적 평등 혹은 복합 평등이야말로 정의로운 사회의 관건이라는 것이다.

돈을 버는 일에 재능과 관심을 가진 자는 남보다 많은 돈을 갖는 것이 당연하며, 명예에 관심을 갖고 학문적 재능을 가진 자는 명예를 누리는 것이 합당하다. 권력에 관심을 갖고 정치에 재능을 가진 자는 권력을 소유하는 것이 물론 정당하다. 그런데 문제는 돈을 가진 자가 그로써 권력을 사고자 하고 교직과 성직을 얻고자 하는데 있다. 여기서 부정의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왈저의 원저는「정의의 영역들」로 되어 있고 그 부제가 「다원주의와 평등을 옹호하며」로 되어 있어 우리말 번역서의 제목을 「정의와 다원적 평등」이라 한 것은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왈저는 분배의 대상이 되는 사회적 재화는 사회에 따라 다소 다를 수 있다면서 본서에서 특히 미국에서 중요한 사회적 재화들 중 성원권, 안전과 복지, 돈과 상품, 공직, 노동, 자유시간, 교육, 혈연과 사랑, 신의 은총, 정치권력 등을 상세히 분석하고 있다.

왈저는 프린스턴대와 하바드대 교수를 역임했으며 80년 이후 지금까지 프린스턴 소재 고등학술원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사회민주적 좌파 정치평론지인 「디센트」지 공동 편집인, 자유주의 시사 평론지인 「뉴 리퍼블릭」지의 기고인 겸 편집인 등을 지내며 단순한 학자를 넘어 참여적 언론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자유주의의 한계를 지적, 공동체주의적 시정과 보완을 시도하고 있는 왈저의 다른 저서는 「해석과 사회비판」 「정의로운 전쟁과 부정의한 전쟁」 「관용론」 등이 있으며 이번 내한 강연집 「자유주의의 한계와 그 보완의 과제」도 조만간 출간 될 예정이다.

황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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