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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지대는 없다] 무허가 영업 '솜방망이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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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지대는 없다] 무허가 영업 '솜방망이 처벌'

입력
1999.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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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압구정동 L카페. 폭1.2m짜리 좁은 계단을 따라 지하2층으로 내려가면 100여명의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시끄러운 음악과 담배연기 속에 흥청대고 있다. 바닥이 층계식 마루로 개조된 데다 지나치게 어두운 조명 때문에 발을 내딛기조차 힘들다.실내장식은 모두 나무와 폴리우레탄 등 가연성 소재로 이뤄져 있지만 화재탐지기나 경보기, 소화기 등은 찾아볼 수 없다. C모(18·서울 K고3년)군의 말.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어요. 하지만 학생에게도 술을 파니까 오는 거지요』

곳곳에 우리의 생명을 위헙하는 지뢰들이다. 130여명의 사상자를 낸 인천 인현동 호프집 화재사고는 우리사회의 허술한 안전관리 법망과 불법·탈법관행이 빚어낸 비극의 1막1장에 불과하다. 비상구나 변변한 소방장비 하나없이 불법영업을 하는 업소는 도처에 널려있다.

소방법 건축법 식품위생법 청소년보호법은 누구도 지키지 않는 허수아비 규정일 뿐이다.

◆규제완화에 구멍뚫린 소방법

최근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에 따라 104건의 소방행정 규제가 폐지·완화해 시설주의 자율관리에 맡겨졌다.

소방시설관리책임자 제도가 사문화(死文化)하면서 방재관리가 엉망이 돼버렸고 불연재와 내연재 등 방염재 사용의무도 대폭 완화해 인화성이 강한 폴리우레탄 내장재가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 소방교육이 폐지되고 소방검사 횟수도 절반으로 줄었다.

자동화재탐지기 설치의무도 특례조항이 많은데다 대부분 건물은 전원을 꺼놓고 있다. 국제소방표준(NFP)에 규정된 연기감지기나 섬광 등 관련규정은 아예 찾아볼 수 없다. 방재전문회사인 OCSE-GBI 정 성(鄭 成)사장은 『화재감지기나 경보기 등 방재설비를 떼버리거나 형식적으로 달아놓는 업소들이 상당수』라며 『이번 참사를 계기로 소방법령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외면한 건축법

현행 건축법은 4층이하 건물에는 비상구 설치의무 조항을 두지 않고 있다.

또 건축법상 가스충전소와 공장 등 위험물 취급업소 설치 제한거리(인접대지 경계선으로부터 3-4m) 규정이 최근 폐지되자 지난해 9월 부천 가스충전소 사고를 경험한 시민들은 『시민안전은 뒷전에 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솜방망이 식품위생법

무허가업소가 청소년들을 상대로 버젓이 불법영업을 할 정도로 현행 식품위생법은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다. 경찰은 올들어 9월말까지 1만6,327개소의 무허가업소를 단속했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단속이 되더라도 구청 통보 및 강제집행을 통해 영업소 폐쇄조치까지 이뤄지려면 3-4개월 이상 걸려 근절이 사실상 힘들다는 경찰관계자의 지적이다.

무허가영업이나 청소년 상대 영업으로 적발되더라도 100여만원의 과징금이나 2-3개월 영업정지를 내리는데 그쳐 『단속되는 한이 있어도 불법영업을 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무허가 불법업소는 소방점검을 안받는 것은 물론 불법개조도 서슴지 않는다.

이규학(李揆學) 한국생명문화운동회의장은 『소방점검제도와 방염재 사용 및 비상구 설치 의무를 강화하고 법규 위반사범과 무허가영업소에 대한 단속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시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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