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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와스프 '미국의 엘리트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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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와스프 '미국의 엘리트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입력
1999.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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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스프, 미국의 엘리트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오치 미치오 지음, 곽해선 옮김

살림 발행, 8,000원

말을 타고 폴로하는 문양으로 잘 알려진 「폴로 랄프 로렌」은 옷으로 속물적인 귀족성을 과시하고 있다. 그 옷은 입는 사람에게 클럽의 회원이라는 사실과 민족 배경, 생활방식이 특별한 종족이라는 사실을 보증해주었다. 70년대 미국 의류회사 폴로 랄프 로렌의 탄생은 계층 상승 또는 차별화의 의미망에 들어 있다.

사회마다 그 사회를 움직여 나가는 특권층, 이른바 「파워 엘리트」가 있다. 군사력과 경제력, 그리고 문화의 힘에서 세계를 좌우한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미국을 지배하는 계층은? 랄프 로렌이 꿈꾸었던 특별한 집단은?

미국은 자타가 인정하는 다민족 사회다. 하지만 미국의 역사, 또는 사회 현상을 깊이 들여다보면 곳곳에서 다수파 민족과 소수파 민족 사이에 패인 골과 갈등을 발견할 수 있다. 미국의 지난 역사는 이 다수파와 소수파가 끊임없이 충돌했다가 화해하고, 서로 배척했다 포용하고, 그리고 또 다시 갈등하는 역사와 다르지 않다. 이런 흐름의 한 가운데 있는 것이 와스프(WASP)다. 미국 사회를 위에서 이끌고 주물러 온 집단. 백인(White)이면서 앵글로색슨(Anglo-Saxon)이며 신교도(Protestant). 「순도 100%」라는 자부심으로 가득 찬 최고의 아메리칸.

일본 메이지(明治)대 상과대 오치 미치오(越智道雄) 교수는 이 책에서 19세기 말 이후 미국으로 건너 온 인종이나 민족, 종교로부터 스스로를 차별화하며 미국 현대사를 이끌어온 와스프의 기원과 그들의 행태를 요모조모 들여다보고 있다.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바바라에게서 볼 수 있듯 어머니가 여왕처럼 군림하는 와스프 가정의 모습, 사립교육을 통한 후계자 양성법, 남성들이 힘을 키우고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근원이었던 클럽, 미국 개신교의 영향력과 개신교 여러 종파의 계급 분포를 살폈다. 와스프가 지켜야 할 사회 규범에 질식한 백인들과 반대로 와스프 집단을 동경하면서 그들을 흉내내는데 정신없는 다른 민족들의 행태도 보여준다.

책은 와스프를 분석하는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이어져 있다. 하지만 이야기 사이 사이에서 지은이는 초강대국 미국을 만든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찾는다. 보수주의나 신우익의 와스프가 아니라, 자유주의 성향의 와스프들이 가진 것. 특권집단의 폐쇄성과 배타성을 극복하는 「관용」도 그런 힘 가운데 하나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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