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대책문건 파동을 계기로 언론계에 쏟아지고 있는 비판과 질책이 언론개혁의 당위성으로 확산되고 있다. 단순한 기자 자정선언 차원을 넘어선 언론 전반에 대한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언론단체와 언론학자들은 물론 시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번 사건이 언론계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이를 위해 『언론의 뼈를 깎는 자성과 시민단체 등 외부의 철저한 감시라는 안팎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기자 개인의 도덕성 재무장은 물론 언론의 공정보도기능을 강화하고 무한출혈 경쟁중지 등의 잘못된 풍토를 바로잡는 일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 되는 특정후보 편들기와 언론의 이기주의에 입각한 정보왜곡현상 등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언론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사안의 성격상 언론계 자율적 결정에 의해 개혁이 추진돼야 한다며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언론관련 단체들은 자율적 개혁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하면서 차제에 외부 자극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김주언(金周彦)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그동안 일부 언론사는 대통령선거 등 주요 정치현안이 있을 때마다 자사 이해관계에 따라 특정 정파의 입장을 대변하는 등 편파보도를 해왔다』며 『이번 파동을 계기로 이같은 권언유착을 철저히 단절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기태(姜奇兌) 바른언론을 위한 시민연합 사무국장은 『기자들의 자정노력도 중요하지만 언론사 스스로 치부를 걷어내는 과감한 자세가 필요하다』며 『언론이 스스로 권력의 눈치를 보는 현상도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규(朴用圭) 상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언론사에는 윤리강령과 사규가 제정돼 있지만 장식품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윤리강령 등을 엄격히 집행하는 등 도덕성 강화를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교수는 이와함께『지면을 통한 질적경쟁이 아닌 증면, 무가지 살포 등 양적 성장을 추구하는 잘못된 경쟁풍토 등이 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개혁을 위해 별도의 기구가 구성돼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조성부(趙成富) 기자협회 회장은 『개별 언론사 차원이 아닌, 기자협회 등 언론단체 차원에서 윤리위원회등을 구성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회장은 이와함께 언론사의 기존 취재 관행에 일대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우리 언론, 특히 정치를 담당하는 기자는 정치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매달려 기사를 쓰다보니 자연스럽게 정치인과 개인적 유착관계를 맺게 되고 이 과정에서 정치인들은 역으로 기자를 이용하기도 했다고 지적한다.
언론에 대한 외부 감시기능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김주언 총장은 『언론의 잘못된 보도나 관행을 감시할 제3 세력을 육성하고 필요할 경우 정부의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박지원(朴智元) 문화체육부장관은 지난달 30일 기자협회 임원세미나에 참석, 『시민단체와 언론인단체, 학계가 합의해 언론개혁을 추진한다면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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