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 정형근의원에 의해 「언론대책」문건 작성자로 지목된 이강래 전청와대정무수석이 정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면서, 검찰이 면책특권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 할 경우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의원 면책특권이 언론대책 문건 파문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설 모양이다.■면책특권은 회기중 불체포특권과 함께 국회의원이 갖는 두개의 헌법적 특권중 하나이다. 헌법 제45조는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다. 이 면책특권은 의원이 국회에서 어떠한 제약도 받지않고 민의를 대변하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다. 군사·독재정권 시절엔 이런 헌법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했는데, 지금도 필요하다고 보는 사람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헌법에 보장된 특권도 정권의 의중에 따라서는 자칫 제약이 가해진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86년 정기국회때의 「국시논쟁」이다. 당시 야당인 신민당의 유성환의원은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통일은 모든 국가시책에 우선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반공」국시를 정면 위배했다며 정권내부에서 난리가 났다. 급기야 사법당국은 사전 배포된 원고를 꼬투리로 유의원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발언원고가 국회밖으로 빠져 나갔으니 면책특권이 없다는 논리였다. 국시논쟁은 나중에 무죄로 귀결됐다. 11년전 사건인데도 지금 생각하면 먼나라 이야기처럼 우습기 짝이 없다.
■국회의원은 특권만 있는게 아니다. 의원은 헌법 제46조에 따라 청렴해야 하고, 국가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 할 의무가 있다. 의원에게 이런 헌법적 의무조항이 있는지 아는 국민들은 얼마 없다. 그렇다면 지금 여야 의원들은 과연 이 의무를 충실히 지키는지, 그리고 정형근의원은 정말 국가이익에 우선해 문건을 폭로한 것인지, 그것을 알 수 있다면 좋겠다.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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