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의 작성자도, 또 이를 정치권에 유입시킨 장본인도 기자여서 기자의 직업 윤리를 관심사로 부각시켰던 이른바 「언론대책문건」이 이제는 매수시비로 까지 비화하였다. 평화방송 이도준기자로부터 문건을 건네받은 한나라당 정형근의원이 문건을 건네받기 전 1,000만원 가량의 큰 돈을 이기자에게 준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기 때문이다.정의원은 『빚에 쪼들리는 이 기자에게 순수하고 인간적 차원에서 돈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문건과는 무관하다』고 대가성 없음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정의원의 이같은 해명을 이해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는지는 의문이다. 국회의원의 한달 세비가 얼마인데 거금 1,000만원을, 그것도 기자의 딱한 사정을 이유로 선뜻 주었다는 것을 납득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안되는 일이 지금 벌어졌다.
우리는 그간 몇차례 이번 문건파문은 정치권 스스로 해결하기를 촉구한바 있다. 까닭은 정치권 안의 시비에 까지 검찰등 제3자가 나서는 것 보다는 국정조사등 정치권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타결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건이 오가는 과정에서 대가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금전이 오갔다면 사정은 다를 수 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말해 우리는 금전수수 사실이 드러난 이상 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데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불가피해 졌다고 본다. 1차적으로 「정보매수」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폭로자인 정의원 스스로가 진실을 말해야 한다. 정의원과 이기자는 오래전 부터 잘 아는 사이라고 한다. 정의원은 이번 문건 외에도 다른 10여건의 문건을 이기자로부터 전해 받은 것으로 돼 있다.
그렇다면 현재 정의원의 기억이 엇갈리고 있는 금전을 건넨 시점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볼 때 정의원과 이기자간에는 언제라도 「암거래」 상황이 조성돼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기자와 취재원인 정치인이 금전적 관계로 얽힌 상황이라면 수치스럽지만 정론과 진실보도는 아예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언론계의 깊은 자기성찰이 필요한 이유다.
다만 이번 사건을 통해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은 문건의 현실화 여부다. 정부의 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의심받을 흔적은 있다. 문건의 작성 및 폭로과정의 부도덕성도 중요하지만 과연 문건 내용대로 공작이 현실화한 것이냐 아니냐가 밝혀져야 한다. 이번 사건이 「폭로는 있으되 책임은 없다」는 전철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도 총체적 진상규명이 절실해졌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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