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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제언론이라니" 기자들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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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제언론이라니" 기자들 반발

입력
1999.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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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국제언론단체에 서한' 발송 파문■한나라당이 31일 현 정부의 언론탄압 실상을 알리겠다며 국제편집인협회(IPI) 세계신문협회(WAN) 국제기자연맹(IFJ) 등에 보낸 「서한」이 일파만파를 일으키고 있다.

서한에서 「한국의 언론들은 이미 치밀한 계획에 의해 정부의 통제하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언론들이 대통령과 권력의 언론통제라는 사태의 본질을 외면하고 정부측 주장을 주로 보도하고 있다」는 대목이 특히 문제가 됐다.

이러한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우리나라의 언론은 모두 권력에 굴복한 「관제언론」이고 이러한 상황의 시정을 국제언론단체에 호소한 셈이 된다.

한나라당은 이어 우리나라 언론은 이번 사태의 진상규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듯 이들 국제언론단체에 「진상규명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미국 등을 오가며 「국제통」을 자처하고 있는 한나라당 이신범(李信範)의원이 이러한 내용의 서한발송 사실을 이날 오전 발표하자 당장 「관제언론」으로 전락당한 기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발표후 이의원은 황망히 자리를 떴고 이 바람에 당사에 남아 있던 중하위 당료들이 기자들의 항의에 곤혹스러워하는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때문인지 한나라당 하순봉(河舜鳳)총장은 이날 낮 기자간담회에서 국제언론단체 관련 대목은 장황한 설명보다 단순히 서한 발송사실을 언급하는 데 그쳤다.

물론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언론을 모두 적으로 돌리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며 『이러한 시도가 자칫 자기비하와 사대주의로 비져질 소지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에대해 국민회의측은 당 지도부의 공식적인 반응은 자제하면서도 『유독 한나라당의 역사에 대한 시계만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모양』이라며 씁쓸함을 내비쳤다.

한 당직자는 『과거 한때 어두웠던 시절에도 이런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국민회의 박홍엽(朴洪燁)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한나라당은 국민을 속이려다 안되자 이제 국제기구까지 속이려 하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의 서신발송은 이제 한나라당이 이 땅위에 설자리가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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