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전쟁의 불을 댕겼던 마르틴 루터의 「면죄부에 관한 반박문」을 둘러싼 로마 가톨릭과 루터교의 교리 논쟁이 31일 500여년만에 끝났다. 이번 밀레니엄의 두드러진 종교적 갈등 중 하나를 빚었던 가톨릭과 루터교가 마침내 공식적으로 화해한 것이다.양측 지도자는 이날 독일의 아우크스부르크 성당에서 「인간 구원과 의화(義化 ·Justification) 등에 관한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이날은 루터가 1517년 비텐베르크의 교회 정문앞에 「95개조 논제」의 반박문을 써붙인 바로 그날이며, 아우크스부르크는 루터교가 교파로서 존재하게 된 루터의 신앙고백이 있었던 지역이다.
교황청 일치위원회 위원장인 에드워드 카시드 추기경은 이날 『우리는 과거를 판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무엇을 함께 할 수 있는지를 말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루터교 세계연맹의 이스마엘 노코 사무총장은 『우리는 적이 아니라 형제자매임을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화 논쟁은 「인간이 신앙으로만 구원받을 수 있다」는 루터교와, 「신앙과 함께 선행(善行)을 쌓아야한다」는 가톨릭의 교리가 맞부딪치면서 그동안 숱한 갈등과 저항을 낳았다. 특히 15-16세기에는 「로마 가톨릭 교회가 죄를 사(赦)하는 조건으로 기부를 청구하고 발행한 증명서」, 즉 면죄부가 오남용되던 상황과 맞물려 종교개혁을 촉발시킨 당면 의제였다.
양측은 400년을 훌쩍 뛰어넘은 60년대 후반부터 성의있는 대화를 시도, 73년에는 「가톨릭-루터교 합동위원회」가 구성됐다. 그리고 「선행하라는 권고는 곧 신앙을 실천하라는 권고」, 「선행은 구원의 전제조건은 아니지만 신의 은총으로 선행을 실천하게 된다」는 등으로 절충했다.
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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