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과 평화방송 이도준(李到俊)기자는 어떤 관계인가. 현재까지 밝혀진 여러 정황들을 종합하면 두 사람은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를 넘어선 사이로 추측할 수 있다. 깜짝 놀랄 만한 내용의 문건을 주고 받고, 상식선을 넘는 돈이 오간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기자는 29일 기자회견서 『정치부기자로 복귀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 특히 중요한 취재원인 정의원과는 취재채널을 열어두고 있었다』고 말했다. 둘의 관계가 어디까지나 「기자와 취재원」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강조한 것. 정의원의 주장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정의원이 30일 공개한 이기자의 편지에서 「제 능력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해 언제나 옆에서 모시겠다」는 대목은 둘의 관계가 일반적인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가 아님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와 관련, 여권에서는 이기자가 정의원의 「망원(정보제공자)」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기자가 정의원에게 보냈다는 서한봉투에는 받는 사람이 정형근위원장으로, 보내는 사람이 「명동친구」로 돼 있다. 자신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서한에 이름을 쓰지않고 마치 암호명같은 표현을 쓴 것. 물론 정의원은 『안기부 간부는 망원을 갖고 있지 않다』고 단호하게 부인했다.
한편 정의원은 『이기자를 언제부터 알았느냐』는 질문에 『아주 오래전인데 아마 내가 검찰에 재직할 때도 알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의원은 검사로안기부에 파견된 적이 있고 85년부터 대공수사 2단장으로 안기부 생활을 시작했다. 따라서 검찰에 재직할 때라면 85년 이전이 되는 셈이다.
정의원은 또 30일 기자회견에서 『모 주간지에서 「이기자가 나에게 월정액을 받고 프락치 노릇을 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준비중이라는 얘기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25일 대정부질문 이후 제보자 신원을 묻는 질문에 「100% 믿을만한 사람」, 「성실하고 오랫동안 검증된 사람」, 「훌륭한 인품을 가진 사람」 등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어떤 관계였든 두사람이 오랫 동안 정보를 주고 받았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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