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대책」문건 파문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한나라당에서는 정형근(鄭亨根)의원에 대한 거친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지난 주말 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에는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정의원에게 격려를 보내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사실. 그러나 정의원과 이도준(李到俊)기자 사이에 「적지 않은 돈이 오갔다」는 내용이 밝혀지면서부터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당직자들은 『도대체 그런일이 어떻게……』라며 당혹감과 함께 불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잇따른 말 바꾸기, 감추기 등으로 정의원 자신의 진실성은 물론이고 이회창(李會昌)총재나 당의 도덕성도 치명상을 입었다』고 비판했다. 이총재 측근들은 『아무리 제보자 보호가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이총재에게는 가감없이 모든 사실을 알렸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총재는 28일 오후2시 국회 한나라당 총재실로 찾아 온 이도준 기자의 입을 통해 비로소 돈이 오고 갔다는 사실을 포함해 문건 입수과정의 전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현재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기자에게 정의원이 당했고, 한나라당은 정의원에게 끌려 다녔다」는 자성섞인 허탈감이 진하게 배어 있다. 실제 한나라당은 27일 오전 국민회의가 『문건 작성자가 문일현(文日鉉)기자』라고 발표한 직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다가 오후에 정의원이 내각제 해법 등 정국관련 문건을 추가 폭로한 뒤 다시 기세를 올렸었다. 당시 한 당직자는 일련의 상황에 대해 『정의원이 입을 다물고 있으니 우리로서는 딱히 방법이 없었다』며 당의 난감한 처지를 털어놓기도 했다.
문제는 아직까지도 한나라당이 정의원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다는 것. 한나라당은 겉으로는 『권력의 언론 통제라는 사건의 본질에 주목해 달라』며 언론에 화살을 돌리고 있지만 속내는 정의원으로 인한 당의 정치적 피해를 심각하게 떠올리고 있는 상태다.
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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