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언론대책」문건 파문 공방의 한쪽 고리에 묶여 버린 국민회의 이종찬(李鍾贊)부총재의 상황 대처방식을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우선 이부총재가 국가정보원장에서 퇴임한 직후임에도 문건관리를 허술히 했고 현직 기자가 언론대책 문건을 작성, 보고할 수 있는 「분위기」를 용납했다는 것이 여권으로선 불쾌하기 짝이 없는 부분이다. 이같은 실수는 둘째치고 문건 폭로뒤의 사후 대처 방식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비판의 목소리가 점차 고조되고 있다.국민회의 한 고위당직자는 『이부총재는 나름대로 파악한 사실들을 당에 (탁 터놓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하지 않고 있다』면서 『자신있으니 맡겨 달라는 식』이라고 전했다. 이부총재가 29일 오후 긴급 고위당직자회의에서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이 문건전달자인 평화방송 이도준(李到俊)기자에게 돈을 건넸다는 사실을 밝힌 것도 자발적인 것이 아니고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때는 이미 이 사실이 외부에 흘러나간 뒤였고 당은 결국 「상황장악」능력을 잃고 헤맬 수 밖에 없었다. 이를 두고 당에서는 이부총재가 「보안」을 신신당부하면서도 상황을 유리하게 반전시킬 수 있는 소재는 다른 채널로 외부에 흘리는 「이중작전」을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때문인지 정균환(鄭均桓)총재특보단장은 30일 오전 회의때 이부총재가 보고하려고 하자 『(괜히 보안이 새면 또 우리 간부들이 지목을 받으니) 차라리 얘기를 하지 말라』고 제지했다고 한다.
이부총재가 자민련 지도부에 전후 사정을 설명하면서 문제의 문건이 사전에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에게 전달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도 비슷한 경우다. 국민회의쪽에서는 이부총재가 「보안」을 중요시했다면 그런 얘기는 하지 않았어야 했다고 보고 있다. 이부총재가 문제의 문건과 서신을 봤는지 여부와 문건 및 서신 원본의 행방에 대해서도 여권 내부에선 「반신반의」 분위기이다. 문건 및 서신의 절취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이부총재측 주장이 아무래도 대외적 설득력이 약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권에선 또 문건작성시 중앙일보와의 사전협의 증거로 「녹취록」을 언급했다가 번복한 점 등도 「실수」로 보는 분위기이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