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대책」문건 파문을 다루면서 국민회의는 적잖은 실책을 저질렀다.먼저 지적되는 게 이종찬(李鍾贊)부총재의 관여 사실을 숨긴 점이다. 국민회의는 26일 이부총재가 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기자로부터 문건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서도 27일 이를 밝히지 않고 문기자 부분만 발표했다. 핵심 당직자들은 『여권에서 문건을 받은 사람은 없다』고 한동안 잡아 뗐다.
그러다 같은 날 오후 중앙일보가 문기자를 통해 이 사실을 알고 공개하자 뒤늦게 이부총재의 문건 수수를 시인했다. 첫 단추를 잘못 꿴 탓에 한나라당이 27일 오후 정형근(鄭亨根)의원의 국회 본회의 신상발언을 통해 이부총재 연루 부분을 따지며 공세를 펼 때도 별로 효과적인 역공을 펴지 못했다.
국민회의는 문건 제보자의 윤곽을 밝히는데 선수를 칠 수 있는 기회도 놓쳤다. 오히려 팀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야당에 선제공격을 당했다. 이종찬부총재측은 28일 오후 정형근 의원이 「이도준 기자 제보」사실을 스스로 밝히기 앞서 이미 이기자의 제보 사실을 눈치챘지만 당에 알리지 않았던 것. 이부총재는 이날 초저녁 보좌진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고서도 기민하게 대처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전세(戰勢)역전의 호기를 잃게 됐다. 당 관계자가 심야에 정형근의원의 전격적인 제보자 공개 소식을 듣고 이부총재에게 확인전화를 걸었지만 이부총재는 『내일 아침 당회의에 보고하겠다』는 입장만 밝히고 아무런 대응책도 강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회의는 또 문건 제보자로 성급하게 중앙일보 간부를 지목했다가 29일 「공개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짜임새없고 느슨한 팀웍, 신·구주류간 암투설까지 불러온 구성원간의 이질감 등 여권의 고질병들이 이번 파문에서도 어김없이 노출된 셈이다.
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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