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호수로 유명한 경기도 포천군 연곡면에서 열쇠제작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영춘(李榮春·50)씨는 경기도가 공인한 최고 열쇠박사이다. 「열쇠업계」로 뛰어든 것은 불과 10여년밖에 안되지만 96년 열쇠 한개로 무려 1,000여개 자물쇠를 열 수 있는 「만능열쇠」 개발에 성공, 일약 열쇠박사로 떠올랐다.그가 7년 동안의 연구끝에 만들어 낸 만능열쇠는 귀찮은 열쇠꾸러미를 필요없게 만들었다. 그의 열쇠는 각각의 열쇠에 일련번호를 부여해 상위 일련번호로는 하위일련번호의 자물쇠를 열수 있지만 거꾸로는 불가능하게 하는 방식으로 개발됐다. 예를 들어 일반회사의 경우 최상위 일련번호의 열쇠를 가진 사장은 이 열쇠 하나로 모든 자물쇠를 열 수 있는 반면 나머지 직원들은 각각의 지위에 따른 일련번호를 부여받아 자물쇠를 열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사람들이 무거운 열쇠꾸러미를 들고다니며 불편해 하는 것을 보고 만능열쇠를 구상하기 시작했다』는 그는 98년 「마스터핀과 치홈을 이용한 복수의 실린더록과 키의 제어방법 및 그 제어장치」라는 다소 긴 이름으로 특허를 받았다. 그는 또 올해 경기도가 개최하는 각 분야 최고의 경지의 「경기 으뜸이」선발대회에서 열쇠분야의 최고 달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자신의 열쇠가 국내외에서 인정받아 가슴이 뿌듯한 그는 최근 단가가 다소 높은 만능열쇠의 대중화를 위해 다시 연구에 돌입했다. 현재 자물쇠 20여개를 열 수 있는 열쇠가격이 70만원에 이르는등 가격이 비싸 인반인들이 구입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고향 포천에서 17세때 상경한 그는 서울에서 구두닦이 등 밑바닥 인생을 전전하며 각종 기술을 배웠다. 한 금형공장에 근무하며 익힌 기술을 바탕으로 81년부터 작은 하청공장을 직접 경영하기도 했던 그는 업자들의 농간으로 공장문을 닫게돼 실의에 빠지기도 했지만 결국 끈질긴 집념으로 「열쇠박사」가 되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송두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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