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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언론인과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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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언론인과 정치

입력
1999.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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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자 출신인 이만섭씨가 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에 올랐을때 언론은 그의 기자시절 「정치개입」 일화를 호의적으로 소개했다. 자유당때 국회에서 보안법파동을 취재하다가 『자유당 이놈들아』라고 소리치는 혈기를 발휘, 곽상훈의장으로 부터 『이기자, 조용하세요』라고 야단맞아 속기록에도 올랐다는 얘기다. 5·16뒤 그는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을 비판, 구속까지 됐으나 결국 공화당 전국구로 정치판에 들어가 지금껏 놀라운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다.■이만섭대행의 굴곡진 정치역정을 얘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정치와 언론이 나름대로 모두 단순했던 낭만의 시대를 떠올리는 것이다. 중앙일보 사태와 문건 논란에서 보듯이 온갖 음험한 공작설이 난무하는 지금 정치와 언론에서 낭만을 찾는 것은 시대착오적 일지 모른다. 그러나 올초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서 『저널리스트는 낭만주의자다』라고 시작하는 서평을 읽으며 새삼 신선한 느낌을 받은 기억이 새롭다.

■서평의 주인공은 뉴욕 타임스의 정치담당 수석기자였던 리처드 리브스다. 그는 평생의 업을 회고한 저서에서 기자들이 정치부패등 공공문제를 순수한 열정으로 천착한 낭만의 시대를 무엇보다 그리워했다. 신문이 대중에 영합해 생활 섹션과 유명인, 스포츠, 섹스 등 잡동사니로 가득한 것도 개탄스럽지만, 대통령을 쫓아낸 워터게이트사건 보도를 계기로 스스로를 현실정치의 한 축으로 여기는 것이 신문의 장래에 가장 큰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르윈스키 스캔들에서 극에 이른 선정주의와 정치개입이 대중의 혐오를 부르며 언론의 도덕성을 나락에 빠뜨렸다 면서, 기자들이 스스로 정치판에 오른듯 착각하는 행태를 버리라고 강조했다. 냉정한 관객, 객관적 비판자의 자리로 되돌아 가라는 충고다. 기자들이 정치판에 빌붙어 무슨 공작문서를 대필하고, 이쪽 저쪽에 전하는 하수인 노릇을 하는 것은 침뱉을 일이다. 낭만주의를 회복하기 위한 언론계 정화(淨化)노력이 있어야 한다.

/강병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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