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안씨가 10년10개월의 잠적 끝에 돌연 자수를 결심한 동기는 무엇일까. 이씨의 자수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그의 최고형량이 10년6개월인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이씨가 공소시효와 형량 등을 치밀히 계산한 끝에 자수를 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이씨는 각종 고문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찰이 조사중이던 범죄 혐의는 세가지. 이중 국민회의 김근태의원 고문사건과 반제(反帝)동맹사건 등은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돼 사법처리하기 힘든 상황이다.
결국 납북어부 김성학씨 고문사건만이 남게 되고 이경우 이씨의 최고형량은 10년6개월에 불과하다. 이씨의 혐의는 형법상 불법감금과 가혹행위인데 불법감금에 대해서는 7년이하의 징역, 가혹행위에 대해서는 5년이하의 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고, 경합범의 경우는 중한 죄의 50%를 가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납북어부 고문사건과 관련, 함께 기소됐던 전현직 경찰관이 지난 21일 징역 1~2년의 실형 또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것도 이씨의 심경을 변화시킨 중요한 계기로 보인다. 이씨는 검찰에서 자수동기와 관련, 『부하들이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되는 것을 보며 상사로서 가슴이 아프고 죄책감을 느꼈다』고 밝혔지만 장기간의 도피생활보다 아예 몇년 정도 징역형을 받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했다는 시각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서울고법에서 납북어부 고문사건에 대한 재정(裁定)신청이 받아들여지며 재판시효 15년을 적용받아 공소시효가 다시 2013년 10월까지 연장된 점도 이씨의 이러한 결심을 굳히게 한 것으로 보
인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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