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시공사에서 출간돼 한국 독자를 얼어붙게 했던 일본만화 「이토 준지의 공포만화 콜렉션」이 최근 완간됐다.「토미에」 「지옥탕」 「사자의 상사병」 「소이치의 일기」 등 그동안 펴낸 중단편 만화들을 16권으로 묶은 이 만화집은 상상을 초월하는 이야기 구성으로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마력을 지닌 독특한 공포만화. 이야기 구성의 기괴성 뿐 아니라 세밀하고 정교한 펜 터치로 인물들의 뒤틀린 모습, 공포에 찬 표정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그림을 보는 순간부터 온 몸에 찬기운을 돌게 만든다. 일부에선 기분나쁘다, 역겹다는 반응을 불러 일으킬 정도.
청결 결백증에 걸린 여자에게 사랑을 구걸하다 더럽다는 이유로 모욕당한 남자가 여자의 집 배수관 속에 지내면서 결국 배수관 속으로 여자를 끌어들인다는 「울부짓는 배수관」, 끔직한 외모때문에 토막 살인당한 여자의 조각난 몸체가 다시 재생해 복수극을 벌인다는 「토미에」, 못을 물고 다니는 기괴한 장난꾸러기의 이야기인 「소이치의 일기」, 사랑하는 사람과의 운명을 맞춘다는 사거리 점을 보는 여고생들의 편집증을 다룬 「사자의 상사병」 등 뒤틀린 사회 구조 속에서 탄생한 인물을 등장시켜 초현실적 공포 상상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공포만화 콜렉션중 3, 4권인 「토미에」가 영화로 제작돼 지난 7월 부천영화제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이 일로 한국을 방문한 이토 준지는 37세의 공포만화가에 어울리지 않는 창백하고 소심한 소년의 이미지를 갖고 있어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고, 당시 한국방문이 첫 해외여행일만큼 여행을 싫어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스스로 밝혀 더욱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여성의 신체 일부분을 집중 공략, 공포를 끌어내는 등 작품에 일관된 여성에 대한 공포와 관련, 그는 『개인적인 가족사적 영향으로 여성을 성적 공포의 대상으로 보게 됐다』고 고백했다.
70년대 일본 공포만화가 우메즈 가즈오의 영향을 받았다는 그는 현재 90년대 가장 인기있는 공포만화가중 한 명이다. 그의 팬 대부분은 10-20대 여성.
공포물을 황당하고 과장된 3류 폭력만화 정도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공포물이 문화적 심층에 자리한 콤플렉스를 반영한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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