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첸과 다케스탄에 이어 최근 아르매니아 국회의사당 테러까지 소련의 해체와 함께 탄생한 독립국가연합(CIS)이 일련의 폭력사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CIS 소속국가들은 소련의 붕괴로 형식적인 독립은 아직 요원한상태에서 종교·민족·영토분쟁 등 갈등이 얽혀들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아르매니아 의사당의 테러는 일단 아제르바이잔과의 영토분쟁이 발단이 된것으로 추측되고 있지만 CIS지역에 만연한 경제적 피폐와도 무관치 않다. 테러의 주범으로 알려진 나이리 우나냔은 『우리 자식들은 배울책과 학교에 신고갈 신발조차 변변히 없다』며 자신이 살해한 바즈겐 사르키샨 종리의 경제실정을 고발했다.
실제로 사르키샨 총리는 지난해 정치적 혼란을 틈타 집권에 성공했지만 경제재건에는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결국 우나냔의 극단행위는 경제적 피폐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카네기 평화재단의 니콜라이 페트로프는 사회로부터 소외됐다고 느끼는 대부분실업상태의 주민이 총의 도움으로 삶을 영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중앙아시아와 카프카즈산맥 주변의 북(北)코카서스 지방에는 이슬람원리주의의 확산으로 유혈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키르기스탄에서는 올해초 이슬람 원리주의자의 소해으로 보이는 폭탄테러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 최근의 체첸전이나 다게스탄 사태도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독립 회교공화국을 선포함으로써 러시아의 대대적 소탕작전으로 확전된 것이다.
독립국가내 민족갈등에 의한 내전 양상도 여전하다. 카스피해 북부의 소국(小國)몰도바는 터키계가 세운 「가가우스 공화국」과 러시아계가 주축이 된 「드네스트르 공화국」의 분리 운동이 격화하면서 내전을 겪고 있다. 그루지야는 압하스 자치주의 분리독립운동으로 최근까지 유혈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CIS 지역의 혼란은 특히 주축국인 러시아의 총체적 불안과도 무관치 않다. 러시아는 사실상 독자적인 국가 운영의 능력을 갖추지 못한 이들 형제국의 내정을 간섭하면서도 경제위기로 인해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와 아르메니아 그루지아 등은 미국 등 서방국가에 눈길을 돌리고 있으며 카자흐스~y 아제르바이잔 우즈베키스탄은 터키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같은 회교국가의 관계개선에 박차를 가하며 CIS의 틀을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김정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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